이달 들어 주가 6%↑…경쟁 업체는 최저가 행진
현금부자였는데…M&A로 건전성 우려 기업으로
“재무구조 개선으로 실질적 주주가치 제고 필요"
유통업계 대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인 이마트 주가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분을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표명한 것이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한 영향이다. 다만 재무구조 개선과 본업 경쟁력 강화 등 실질절인 주주가치 제고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마트 주가는 종가 기준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6만2100원에서 17일 6만59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6% 올랐다.
이달 들어 동종 업계인 롯데쇼핑과 GS리테일이 52주 최저점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식품 업계는 최근 주가가 하락하는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내수 부진과 고환율이라는 이중고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망도 어두운 탓이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이마트 주가가 반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정 회장의 책임경영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10일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보통주 278만7582주(10.0%)를 전량 매수하기로 했다. 매입 가격은 지난 9일 종가(6만4000원)에 친족 간 거래로 인한 20% 할증을 적용한 주당 7만6800원으로 총액은 2141억원이다. 정 회장이 '증여'가 아닌 '매입'을 택한 것은 책임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표명이라는 해석이다.
책임경영도 좋지만...문제는 재무구조
책임경영 만큼 중요한 것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줄줄이 이어진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본업의 성적표가 최악에 이른 만큼,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현금부자로 평가받던 이마트지만, 최근에는 건전성 수치가 악화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이마트의 연결 총차입금의존도는 33.7%로 안전 기준인 30%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56.2%에 달하며 안전하다고 평가 받는 100%를 크게 초과했다.
이마트가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대규모 M&A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현금 유출이 많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마트는 지난 2021년 △야구단 SSG랜더스(전 SK와이번스) 인수 △SCK컴퍼니(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지분 매입 △W컨셉코리아 인수 △이마트가 지마켓글로벌(전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 굵직한 M&A를 실시했다. 이에 연결기준 2021년 1조86억원에 이르던 잉여현금흐름(FCF)은 2022년 -3868억원에 이르렀다.
개별 기준으로 보면 사정은 훨씬 나아진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개별 기준 이마트의 총차입금의존도는 31.2%, 부채비율은 101.8%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최근 5년간 해마다 2000억원대 안팎을 오가는 수준을 기록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2023년에도 개별 영업이익은 1880억원을 달성했다. M&A로 들여온 식구들이 본업 성적을 갉아먹는다는 의미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마트가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합작법인 설립, 이마트 지분 대주주간의 거래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재무구조 조정을 통한 차입금 축소와 이자비용 감축 등으로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도 “이번 지분 매입으로 주가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없지만 정 회장의 책임 경영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며 “단기 투자심리에는 긍정적이나 본격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본업 경쟁력 회복, 자회사 실적 개선 추이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