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속도 낼 경우 증시 변동성 확대
자국 우선주의 기반 에너지·방산이 관심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국내 증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2기 개막과 동시에 쏟아질 다양한 정책들을 고려하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정책 방향에 따라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14% 내린 2520.05에 마감했다. 지난 16일 2500선을 회복했지만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을 앞두고 금융시장에 우려가 짙어지면서 2차 반등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첫날 100여 건의 행정명령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100일간 42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트럼프 1기 당시 트럼프 역시 100일간 총 33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를 감안했을 때 2기 출범 직후 나올 행정명령은 이전보다 2~3배 많은 수준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취임 직후 서명되는 행정명령으로는 △해양·연방 토지 시추 제한 해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정 철회 △화석에너지 규제 완화 △내연기관 산업 규제 완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며 “속도감 있게 행정명령을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변동성을 유발할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주요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 위주로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미국 경제 회복을 위한 물가 안정, 규제 완화, 에너지 독립 등의 정책을 유지하고 강화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iM증권은 에너지, AI·로봇, 우주, 방산 등 4가지 테마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미국산 LNG 수입 증가로 트레이딩 등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는 기업이나 LNG 관련 프로젝트 증가로 신규수주가 확대될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방산 분야 역시 동맹국과의 안보 협력보다는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각자도생 정책 등이 글로벌 자주국방 강화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국방비 지출 확대가 예상되는 지역인 유럽, 중동, 동남아, 미국 등으로 방산수출이 가능한 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선 이후 가장 관심을 모았던 관세 정책도 주식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초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고율의 관세 부과 예상이 증시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당선인이 친(親)가상자산(암호화폐)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가상자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취임식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비트코인은 1억5760만원대에 거래되는 등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7일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자체 밈 코인을 출시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직후부터 불확실성 컸던 만큼 오히려 출범 이후 정책 리스크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권이 바뀌게 되면 국제 정세, 무역 등 여러 측면에서 변화가 발생함에 따라 불확실성이 증시를 불안하게 만들 수는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이미 대선 이후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내성과 학습효과를 시장이 체득했기 때문에 트럼프 트레이드가 재개되더라도 그 파급력과 지속력은 이전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 오히려 정책 불확실성의 정점을 통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미 트럼프 통상정책, 관세정책 리스크는 역사적 고점권에 근접해 시장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보다 이번 주로 예정된 국내 주력 업종의 4분기 실적 발표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연구원은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차 등 국내 주력 업종의 실적이 중요하다"며 “이들 기업이 어닝쇼크를 기록하더라도 악재가 기정사실화됐다는 인식이 시장의 중론으로 작용하면 주가흐름은 견조할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의 경우 증시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