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에도 대한민국 증시판에 상장사들의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빼미 공시는 물론이고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쪼개기 상장 등 주주들을 분노케 하는 일들이 횡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수페타시스는 장이 종료된 6시40분경 제이오 인수를 위해 5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악재성 정보를 일부러 장 마감 후 기습 발표하는 '올빼미 공시'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수페타시스의 올빼미 공시로 시장이 떠들썩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2월 줄기세포 연구 전문 기업인 차바이오텍과 지아이이노베이션도 장 마감 후 유증 공시를 내는 등 올빼미 공시는 여전히 반복됐다.
무리하게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상장사도 주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폐암 신약인 렉라자를 유한양행에 기술이전을 한 오스코텍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이 증명됐음에도 주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자회사인 제노스코를 코스닥에 상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오스코텍은 제노스코 예비심사 청구 하루 전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도 자회사 상장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아 주주들로부터 깜깜이 중복 상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코스닥 상장사인 삼목에스폼은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와 대주주의 차익 실현 의혹을 제기한 소액주주연대를 지난해 두 차례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기업들이 주주들의 반발을 알면서도 꼼수를 강행하는 데는 주주 보호보다는 사측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회사가 꼼수를 쓰는 건 결국 대주주 배불리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나 중복 상장의 이면을 파헤치면 그 이익이 모두 대주주에게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들의 꼼수를 막기란 쉽지 않다. 꼼수 방지의 출발점이 될 자본시장법 개정을 놓고도 여야 간 진통이 거센 상황이다. 탄핵 정국을 핑계로 여당도, 금융당국도 법 개정을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듯하다. 누구도 지적하지 않으니 기업들도 '배 째라'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인 소액주주들에게로 전가될 것을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나마 소액주주들이 힘을 합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주주행동 플랫폼 등을 통해 주주들이 지분을 결집해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율을 넘어선 주주연대도 있고 주주활동 자금으로 수천만원 넘게 모금한 주주연대도 생겨났다. '뭉치면 산다'는 말이 있듯이 개미들의 결집이 대한민국 증시판에 봄을 일으킬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