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과감한 ‘원전 실용주의’…부지 선정·수명연장 청신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6.16 15:27

정부 하반기부터 부지 선정 착수…대형 1곳, SMR 1~2곳 예상

“원전은 위험” 발언 있었지만 이재명표 실용주의 정책 우선 반영

대형 후보지 영덕·삼척·울주·기장, SMR 후보지 대구·경주 거론

원전업계, 노후원전 수명연장·SMR·해외 추가 수주도 기대

1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 새울1·2호기(신고리 3·4호기) 전경.

이재명 정부가 하반기부터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작업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원전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에서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원전은 위험한 에너지'라고 말해 원자력 확대 기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행보는 실용주의 기반에 더 방점을 두고 있어 소형모듈원전(SMR) 육성, 해외 수주 확대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하반기 중 신규 원전 부지 물색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후보지는 1곳 내지는 2곳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당장 이달부터 신규 원전 건설이 가능한 후보지를 물색하고, 지리적·환경적·기술적 타당성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할 전망이다.


한수원은 신규 원전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기초 조사로 지반·지질 안정성을 검토하고 현장 여건을 조사할 방침이다.




대형원전 1곳, SMR 2~3곳…유치 희망 지자체 늘어

1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신규 대형원전 2기(총 2.8GW)와 SMR 4기(2+2기, 총 0.7GW)가 반영됐다. 대형원전은 2037년 1기와 2038년 1기를 준공하고, SMR은 2034년 2기와 2035~2036년에 2기를 준공한다.


통상 대형원전은 한 부지에 2기씩 건설하는 게 관례다. 따라서 부지는 한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원전은 유치를 원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이미 경북 영덕, 강원도 삼척, 울산 울주, 부산 기장이 유치 희망을 밝혔다. 이들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 위기에 놓이게 되자, 원전 유치를 통해 고용·재정·산업기반을 확보해 지역발전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경북 영덕은 과거 천지 1·2호기 신규 원전 건설이 추진됐다가 전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면서 백지화된 전력이 있는 곳이어서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부산 기장은 영구정지된 국내 최초의 원전 1호기를 비롯해 고리원전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가 위치한 곳이다. 원전에 대한 주민 이해도가 높고 추가 부지도 있어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원전 유치 지자체의 한 공무원은 “과거 탈원전 시기에는 소극적이었던 지자체들도 이제는 원전 유치를 생존 전략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 방향이 확고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SMR은 2개 모듈씩 같은 부지 혹은 다른 부지에 건설하는 방안이 유력한 상황이다. 후보지로는 대구와 경주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우리가 개발중인 i-SMR은 한 모듈이 170MW 규모로 2개면 340MW라 석탄화력과 LNG발전소 1기와 맞먹는 용량"이라며 “현재 같은 부지에 2모듈씩 2기를 건설하는 방안과 다른 부지에 따로 건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 석탄발전 폐지 부지나 울산 등 산업단지가 있는 대규모 수요처 인근이 가장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대구는 SMR 유치에 매우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SMR은 소형 규모이기 때문에 대규모 용수가 필요 없어 인근 군위댐과 낙동강 물로 해결할 수 있고, SMR의 무탄소 전력으로 2029년 대구경북 신공항을 비롯해 첨단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면 친환경 전력이 필요한 첨단기업들이 몰릴 것이라는 구상이다.


한수원 본사가 있는 경주도 SMR 유치에 적극적이다. 경주시 문무대왕면 두산리 일대에 2030년까지 SMR 국가산단을 조성해 제조기업 유치는 물론 원전 관련 산업과 대학, 연구소, 공기업까지 들어서는 플랫폼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원전 수명연장도 기대…11차 전기본 유지에 업계 안도"

원전의 수명 연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대체로 원전의 설계수명은 30~40년이다. 하지만 안전검진 후 이상이 없는 운전은 이후에도 운영에 별문제가 없어 대체로 수명 연장을 통해 추가 가동하고 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서 수명연장 계획이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재명 정부가 11차 전기본을 수용한다면 연장 계획도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권 교체 이후 일각에서는 11차 전기본을 폐기하고 새로 수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원전보다 재생에너지를 강조했던 점, 민주당이 그간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던 이력 등을 감안할 때 기존 계획의 후퇴가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 대통령이 체코 총리와 통화에서 원전 수출을 강조하고, 국내 신규 부지 선정 작업이 공식화되면서 “정책의 일관성은 지키되, 국익을 우선한 실용주의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전 수명연장은 폭증하는 AI 산업의 전력 수요와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 압박 속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원전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원전은 낮은 단가의 안정적 전력을 장기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실용주의 에너지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SMR·해외 수출·원전 생태계, 동시 추진 가능성 높아져

정부의 정책 방향이 명확해지면서, 업계는 SMR 실증과 산업화, 해외 수출, 부품·기술 생태계 유지 등 모든 경로가 동시에 가능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최근 원전 세미나에서 “SMR은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세대 원자력 솔루션"이라며 개발 가속화를 강조한 바 있다.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 설비는 2023년 26.1GW에서 2038년 31.7GW로 확대될 예정이다. 업계는 이를 기반으로 신규 건설과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환경과 안전을 전제로 한 실용적 원전 활용은 앞으로 이재명 정부 에너지 정책의 주요 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원전 주기기 제작사인 두산에너빌리티 등 관련 주식도 '국내 확대'와 '해외 수출' 기대감에 다시 탄력을 받을 조짐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의 원전 확대 기조를 이어받되, 보다 정교한 규제와 안전 기준을 포함한 '이재명표 에너지 실용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전지성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