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출, 성공해야만”…대한광통신 유증, 존폐 걸린 ‘마지막 승부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1.22 15:18

더 나빠지기도 어렵다…재무안정성 항목 모두 기준 미달

반등 위해선 美 진출 성공 필수…그러나 '트럼프2.0' 암초

금융당국 정책으로 '상장 폐지' 위기로 내몰릴 가능성도

사진=대한광통신

▲사진=대한광통신

광섬유-광케이블 생산업체 대한광통신이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높은 부채비율과 지속적인 재무구조 악화로 유상증자 이후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한계기업 상장 폐지에 속도를 내는 금융당국 정책에 따라 상장 폐지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조달한 자금이 투입되는 미국 시장 진출이 회사의 존폐를 건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광통신은 현재 19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중이다. 유상증자로 인한 주주가치 희석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


오는 24일까지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일정한 비율로 우선적으로 청약할 수 있는 권리인 신주인수권증서를 부여한다. 일반공모 청약은 내달 13~14일 이틀간 진행할 예정이다. 발행예정 신주는 3500만주로,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46.97%에 해당한다. 신주 발행예정가액은 기준주가의 25% 할인율을 적용해 563원으로, 총 197억원 규모다.



대한광통신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미국 현지 케이블 제조사 'INCAB AMERICA LLC' 인수와 초기 운영 자금에 사용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 자금을 통해 미국 시장 내 거점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속되는 적자와 현금흐름…상폐로 내몰릴라

대한광통신에게 있어 미국 진출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경우 상장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다. 대한광통신은 현재 보유한 자산의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금에 의존하고 있어 재무구조가 극도로 취약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대한광통신의 부채비율은 309.5%에 달했다. 통상 안정권으로 인정하는 100%의 3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차입금의존도도 58.8%로 안정권 30%의 두 배에 육박했다.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최근 5년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285억 원으로, 2023년 말 -33억원 대비 크게 악화했다. 이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이 고정비용과 차입금 상환·신규 투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영업이익도 2022년 소폭 흑자(17억원)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2019년부터 매년 90억~300억원 수준의 적자를 지속적으로 냈다. 이러한 상황은 기업이 본질적인 수익 창출 능력을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대한광통신은 금융당국과 연구기관에서 한계기업으로 분류하는 대표 지표인 △3년 이상 영업손실(금융감독원)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한국은행) △부채비율 및 수익성(한국은행) 등이 모두 위태로운 수준이다. 대한광통신의 지난해 3분기 현재 이자보상배율은 -2.62배로 수준에 미달했다.


대한광통신의 재무상태가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한계기업 조기 퇴출' 정책과 맞물리면 향후 자칫 상장 폐지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전일 상장 폐지 요건은 강화하고 절차를 효율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저성과 기업의 퇴출 지연이 자본배분의 비효율성,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 저하 문제를 야기하며 주가지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美 사업 반드시 성공해야 하지만, 트럼프가 최대 복병

문제는 미국 진출의 성패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대한광통신의 미국 사업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BEAD(Broadband Equity, Access, and Deployment·광대역 평등 접근 프로그램)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BEAD 프로젝트는 미국 내 광대역 인터넷 보급을 위해 420억달러(약 56조원) 규모 연방 자금을 투입하는 대형 사업이다. 미국 광케이블 설치 비율은 23.1%로 국내 89.6%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미국 광케이블 시장은 정책 자금을 배경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성장 중에 있다.


업계에 따르면, 타임라인상 올해부터 BEAD 예산 중 약 20%가 선집행 될 전망이다. 프로젝트에 참여만 하면 정부로부터 막대한 고정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다만 BEAD는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만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광통신이 무리하게 유상증자를 추진해 Incab America LLC를 인수한 것도 BEAD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BEAD 프로젝트가 미국 자국 기업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경우, BEAD 프로젝트로 대한광통신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현실화한다면, 사실상 이번 미국 진출은 대한광통신에 존폐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 된다.


대한광통신도 이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로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BEAD 프로젝트를 중단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인사인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통해 추진하는 저궤도 인공위성 통신 인프라산업의 성장을 위해 지상의 광통신 인프라 산업인 BEAD 프로젝트의 변경 또는 철회를 논의할 수도 있다"며 “이는 향후 광케이블 및 광통신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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