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처분 인용, MBK 최악 상황 피하며 최윤범 회장 곤경 빠트려
MBK, 23일 임시주총에서 ‘명분+실리’ 모두 챙길 수 있어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23일 열린다. 지난 21일 법원이 집중투표제 안건에 관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MBK파트너스는 '영원히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 '빠르면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열렸다. 게다가 집중투표제를 찬성한다면 '명분'까지 챙길 수 있을 전망이다.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수 상한 ▲이사 선임 등이 다뤄진다. 이 중 이사 선임의 건은 21일 법원 판결로 변화가 생겼다.
기존 이사 선임의 건은 집중투표제와 이사수 상한 안건 통과 여부에 따라 시나리오 별로 안건을 상정했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가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임시주총 의안상정금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집중투표제를 전제로한 이사 선임의 건을 자동 폐기됐다.
재판부는 “유미개발이 집중투표 청구를 했던 당시 고려아연의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결국 이 사건 집중투표 청구는 상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적법한 청구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이번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를 전제로한 이사선임은 어려워졌다.
◇MBK파트너스, 3월 경영권 확보 시나리오는?
이번 법원 인용으로 MBK파트너스는 크게 한숨을 돌렸다. 법원에서 가처분을 인용하지 않았더라면 집중투표제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집중투표제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이 통과된다면 MBK파트너스는 사실상 경영권을 확보하기 불가능했다. 이사회에 이사를 1명 더 선임하면서 이사회 과반수를 차지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요구되고, 과반수를 차지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펀드의 포트폴리오로 고려아연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었다.
하지만 법원 인용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집중투표제가 다른 안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MBK측 인사가 고려아연 이사진을 모두 차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사 선임의 건은 보통결의 사안이다. 출석 주식수는 충분하기에 상대보다 더 많은 주식만 확보하면 승리한다. 현재 영풍-MBK 연합은 4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일부 우호적인 외국 기관을 확보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의결권 지분이 39.16%로 영풍 연합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집중투표제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MBK 입장에서는 이번 임총에서만 집중투표제가 활용되지 않는다면 MBK가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MBK측 이사 7명이 선임된다면 정기주주총회 때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정기주총 때 임기가 만료되는 5명의 이사 중 집중투표제를 바탕으로 2명만 추가로 이사를 확보할 경우, 10대 9로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MBK는 법원 인용으로 다양한 카드를 쓸 수 있게 됐다"면서 “3월에 경영권을 확보하는 가운데 임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반대하면서 훼손됐던 명분도 살릴 수 있는 길도 열렸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명분을 포기하는 무리수 속에서 빠르게 1월에 경영권을 확보하는 전략도 쓸 수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은 베일 속에 가려져 있고 결과는 임총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