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2월 7일부터 시행
투자매매업자, 은행, 보험사, 신탁 등 금융기관 참여 허용
배출권 할당취소 기준 기존 50%에서 15%로 대폭 축소
배출권가격 톤당 한국 9500원, EU 12만원…가격 오르면 시장 활성화 선순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사업자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도 참여가 가능해진다. 감축 노력 없이도 수해 등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돼 얻게 된 배출권에 대한 기준이 훨씬 강화된다. 정부는 배출권 거래가 활발해져 가격이 올라가 다시 시장이 활성화되는 선순환구조가 구축되길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됐으며, 내달 7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그간 배출권 거래 시장은 할당대상업체, 시장조성자, 배출권거래 중개회사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투자매매업자, 집합투자업자, 신탁업자, 은행, 보험사, 기금관리자까지 다양한 금융기관의 참여가 가능해진다.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시장참여자의 배출권 거래·신고를 배출권거래 중개회사가 대행할 수 있도록 했다.
배출권 가격의 과도한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시장 안정화 조치 기준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직전 2개년 평균 가격의 60% 이하일 때 개입했으나, 이를 최근 2개년 이동평균 가격의 70% 이하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보다 신속하게 개입해 배출권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협력 체계도 구축된다. 환경부는 금융감독원에 시장참여자의 거래 내역 및 재산 상황 검사를 요청할 수 있으며, 기업들이 시장을 악용하는 행위를 예방할 계획이다.
기업이 감축 노력 없이 배출권을 판매하며 이익을 얻는 구조도 개정된다. 기존에는 배출량이 할당량의 50% 이상 줄어든 경우에만 할당 취소가 이뤄졌지만, 개정안에서는 15% 이상 감소 시에도 취소 기준이 적용된다. 감소율에 따라 차등적으로 할당을 취소하는 방식이 도입돼, 기업이 시설 가동을 줄이거나 폐쇄하는 방식으로 배출권을 남겨 이익을 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기업의 배출량이 할당량 이상으로 증가할 경우 추가 배출권을 할당하는 규정도 보완됐다. 기존에는 일괄적으로 추가 배출권을 지급했으나, 개정안에서는 증가 폭에 따라 15~25% 증가는 50%, 25~50% 증가는 75%, 50~100% 증가는 100% 추가 할당하는 방식으로 조정된다.
배출권 검증 체계도 정비된다. 검증기관의 지정 유효기간이 3년으로 명시됐으며, 검증심사원의 전문 분야가 기존의 단일 항목에서 제조업, 건설, 수송, 폐기물 처리 등으로 세분화됐다. 또 배출권 제출 기한이 기존 6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되며, 검증 관련 보고·제출 기한도 현실화됐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배출권 거래시장이 보다 활성화되고, 가격도 올라가 선순환구조가 구축되길 바라고 있다.
현재 국내 배출권 거래가격은 1톤당 9500원 수준이다. 이는 유럽연합의 80유로(약 12만원) 가격과 12배 차이다.
2026년부터 유럽연합으로 수출되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6개 품목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적용돼 탄소세가 부과된다. 수출 품목에 함유된 탄소량 만큼, 양국의 배출권 가격 차이만큼 탄소세가 매겨진다.
즉, 국내 배출권 가격이 낮으면 낮을 수록 국내 수출기업이 유럽연합에 지불 금액이 늘어나는 것이다. 반대로 국내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해외에 지불하는 탄소세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김정환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74%를 관리하는 배출권거래제의 성공 여부가 국가 감축 목표 달성과 직결된다"며 “이번 개정을 통해 배출권 거래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고, 기업의 실질적인 감축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