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원외처방 매출 7년연속 1위, 원내처방 통합매출도 선두
3월 주총 분쟁 매듭 기대…지속성장·신약개발 동반전략 박차
30개 이상 파이프라인 구축, 근육증가 비만약 1호 임상 기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2025년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복제약 등 '팔로워(추격자)'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글로벌 빅파마들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혁신신약 개발 등으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해야 할 때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온 동시에 새해부터는 글로벌 빅파마 반열에 오르기 위해 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올 한해 사업계획과 비전을 소개함으로써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본다. <편집자주>
지난 1년간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른 한미약품이 올해를 전화위복의 해로 만들며 '개량·복합신약 강자'에서 '혁신신약 강자'로 도약할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해 국내 원외(외래) 처방약 매출 9951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7.1% 증가하며 지난 2018년 이래 7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실적 1위 자리를 지켰다.
원외처방과 원내처방을 합친 매출도 2023년 1조168억원에서 더 성장해 지난해 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처방약 품목도 20개 가량으로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다.
원외(원내)처방은 병·의원이 처방한 의약품을 약국(병원내 약제과)에서 조제하는 것으로, 이 처방실적은 제약사의 전문의약품(처방의약품) 역량을 가늠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미약품의 처방실적 성장은 자체개발한 개량·복합신약이 주도하고 있다.
2개 약물 복합신약인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은 지난해 원외처방 2103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17.6% 증가하며 국내 개발 의약품 최초로 연간 처방액 2000억원을 돌파했다.
2009년 출시된 국내 개량신약 1호인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은 지난해 처방액 911억원을 기록했으며, 단일제부터 4제복합제까지 구성된 '아모잘탄패밀리' 제품군은 국내 고혈압 치료제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개량·복합신약은 기존에 개발된 약물을 새롭게 조합하거나 용량·제형 등을 개선해 신약으로 허가받은 것으로, 한미약품은 2000년대 복제약 개발 또는 해외 신약 도입 위주였던 국내 제약업계에서 선도적으로 개량·복합신약 개발에 나서 '매출 성장'과 '신약개발 역량 축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모범적인 제약회사로 평가된다.
한미약품은 개량·복합신약 성장으로 쌓은 자금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부가가치가 더 큰 '혁신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항암, 대사질환, 희귀질환 등 30여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중 가장 공들이고 있는 분야로 글로벌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비만치료제가 꼽힌다.
한국인 체형에 맞춘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올해 국내 임상 3상을 마무리해 내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며 세계 최초로 지방감소와 근육증가를 동시에 실현하는 비만치료제 'HM17321'는 올해 하반기 임상 1상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령화로 만성질환 등 의약품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근골격계 등 다양한 적응증의 개량·복합신약 개발도 지속할 방침이다.
한미약품은 오너일가 경영권분쟁이 종식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체제 구축을 통해 개량신약 명가에서 혁신신약 명가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한미약품그룹은 오너일가 모녀측(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형제측(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이 지난해 초부터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지만 지난해 12월 장남 임종윤 이사가 모녀측과 화해를 선언한데 이어 지난달 31일 모녀측에 지분매각을 완료했다.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모녀측(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라데팡스파트너스, 임종윤 이사 포함)이 임종훈 대표를 해임할 수 있을 만큼의 지분을 확보한 만큼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는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미약품 지난해 매출은 1조5160억원으로 추정돼 전년대비 1.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나 이는 경영권 분쟁 여파보다는 독감유행 지연에 따른 북경한미약품 호흡기 제품 매출감소 등 일회성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아모잘탄으로 시작된 한미약품의 복합신약 경쟁력은 고스란히 혁신신약 R&D 역량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시장 제품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하는 진정한 '퍼스트 무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