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비상계엄 사태 해법, ‘헌법·민주주의’ 뿐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2.02 11:03
김봉수 에너지경제신문 정치경제부장

▲김봉수 에너지경제신문 정치경제부장

한국 경제는 지금 사상 초유의 위기다. 거대한 삼각파도가 덮쳐 침몰하는 난파선이 될 처지다. 과도한 가계 부채 등에 의한 내수 침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치적 리더십 실종과 극단적 사회 분열이 삼각파도의 정체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가장 급선무는 불확실성의 해소다. 눈앞의 비상계엄·탄핵 사태를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 원칙으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폭력을 유발하는 극단적 대립과 갈등이 더 이상 증폭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지난달 19일 새벽 우리는 그 일단을 지켜봤다. '국민저항권' 운운하는 수백명의 폭도들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항의해 법원을 습격했다. 앞으로도 위험하다. 헌법재판소 일부 재판관들의 편향성 논란, 절차적 공정성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불복 빌드업'이란 얘기가 나온다. 예정된 탄핵소추 판결과 이어질 조기 대선, 내란죄 재판 등에서 대규모 폭동이 재현되지 않으란 법이 없다.


원인은 정략으로 지지세력을 부추기는 정치권이 제공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탄핵 심판이나 내란죄 재판은 그들에게 관심거리가 아니다. 차기 대권의 향배와 자리 보전만 본다. 지지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배포하고 견강부회를 일삼는다.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 본 위헌적 비상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우긴다. 수백건의 재판에서 실체가 부인된 부정선거론을 공공연히 설파한다. 특히 사회 질서의 보루인 사법부를 흔드는 것이 최악의 행태다. 판사들의 신상 정보 유포와 인신 공격, 테러 위협이 도를 넘고 있다. 어떤 판결이 나와도 사태를 정리하고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되기는커녕 극단적인 폭력 사태가 초래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국제적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외국 자본은 철수할 게 뻔하다. 지난 두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이 출렁이고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친 것만 봐도 명약관화하다. 여야, 진보 보수 막론하고 국가적 위기를 인식하자. 정치적 이해를 떠나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초래된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확실하게 해소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특히 그 과정에서 어떤 세력도 헌법 질서 준수, 민주주의 원칙 존중이라는 금도를 벗어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1.19 폭동 주도자는 물론 '국민저항권'을 운운하는 세력들을 철저히 발본색원해 '제2의 내란'을 막아야 한다.


두 번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여야 정치권과 함께 시급히 민생 해법 마련과 경제 살리기에 나서라.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긴급 지원금을 포기하는 대신 추경 편성을 제안했다. 최 권한대행은 수용하지 않고 반도체 특별법 등 민생 관련 법안 협의를 전제 조건으로 걸었다. 차기 대권을 염두해 둔 한가한 정치 노름으로 비친다. 꽁꽁 언 민생은 최 권한대행과 야당의 다툼으로 시간을 보낼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 당장 내수 진작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 최 권한대행은 자신에 대한 야당의 탄핵 검토에 국민들이 부정적인 이유를 심사숙고해 그 요구에 제대로 부응해야 한다.




세 번째, '피크 아웃' 코리아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구조적 한계에 처한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재검토와 재구성의 기회로 삼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진에서 나타난 고질적 대기업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규제를 혁신해 사주 일가의 불법적 사익 추구를 제한하자. 몸집을 줄이고 전문화해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시장에서의 자유·공정 경쟁을 보장하고 지원할 것은 지원하되, 최소한의 룰은 지키도록 감시하자.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기 위한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 초저출산 등 장기적 성장 동력 유지·향상을 위한 사회 시스템 개선도 우선 과제다. 피크 아웃이 아니라 바텀 아웃이 되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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