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수위 따라 우리금융 보험사 인수 영향
금융당국 인수 제동시 후폭풍 클 듯
주주권익 보호 및 밸류업 차질 우려
“제재와 인수 승인은 별개” 목소리도
금융감독원이 이달 4일 우리금융지주를 포함한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하는 가운데 이번 검사 결과가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합병(M&A) 승인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탄핵정국 등으로 대내외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은 만큼 이번 인수 건은 '금융산업 발전'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불발될 경우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의 본질도 퇴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4일 우리금융, KB금융, NH농협금융지주를 포함한 주요 금융사들의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한다.
핵심은 단연 우리금융지주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간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수차례 우리금융을 겨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금감원은 작년 6월 우리금융을 대상으로 손 전 회장 사태 관련 현장검사를 진행한 뒤 8월 재검사를 진행하고, 10월부터는 정기검사를 실시했다. 금감원은 당초 12월 검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비상계엄 사태와 경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사결과 발표를 두 차례 연기했다. 이 원장은 작년 12월 검사 결과 발표를 미룬 것에 대해 “위법 행위에 대해 경미하게 취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려는 의도"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우리금융이 지난달 금융당국에 동양생명보험, ABL생명보험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에서 검사 결과 수위에 따라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승인 신청서 제출에 대해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금감원 검사 결과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검사에 따른 기관제재와 보험사 인수 심사는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는 주주가치 제고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과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다수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탄핵정국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금융사들이 기존에 발표한 밸류업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시각들이 있다.
실제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지표인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11.96%로 KB금융지주(13.85%), 하나금융지주(13.17%), 신한금융지주(13.13%), NH농협금융지주(13.11%) 가운데 가장 낮다. 우리금융 전체 실적에서 우리은행 비중이 95%를 차지하는 기존의 포트폴리오에서는 보험사 인수 없이 자체적으로 CET1 비율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로 은행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면, 그 편의는 결국 주주나 고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보험사 인수 승인과 검사 결과에 따른 제재는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우리금융이 인수를 추진 중인 동양생명, ABL생명은 현 정부의 이른바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는 보험사 매물들과 거리가 있어 금융당국이 인수를 승인할 만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비관론도 있다. 예를 들어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수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재무건전성이 취약해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지주사의 M&A는 정무적 판단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하는데,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성격이 강하다"라며 “금융당국의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