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에너지전환, 전력산업의 길을 찾다’ 전문가 간담회
“한국 에너지 전환 속도 느려…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태양광, 해상풍력 기술 개발에 대한 집중 투자 필수”
에너지 전환 속도가 더디면서 기후 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전력 산업의 민영화가 가속화되면서 공공성이 약화되고 있으며, 해상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사업이 주민 반대에 부딪혀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주도하고, 공공부문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5일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이 주최하고 정진욱 의원실이 주관한 '멈춰선 에너지 전환, 전력산업의 길을 찾다' 전문가 간담회에 이같은 주장이 나왔다.
◇공공부문 역할 강화 필요… “공기업이 재생에너지 주도해야"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에너지 전환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를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단순한 에너지 공급 확대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 무역 장벽 극복,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다방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특히 연구개발(R&D)과 발전 부문에서 공공이 주도해야 하며, 공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재도 전남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도 석탄 발전소 폐쇄로 인해 공기업의 발전 비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공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주도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공공부문의 역할 강화를 촉구했다.
◇전력 산업 공공성 강화·전력망 확충 시급
전력 산업의 공공성 문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김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력 산업이 점차 민영화되면서 공공성이 약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전력 산업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는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에너지 복지를 헌법적 권리로 격상시켜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력망 확충 문제 역시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성학 한국전력 송변전건설단 실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전력망 확충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지만, 현재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짚었다.
그는 “전력망 건설을 위한 재정 지원 확대와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전력 인프라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상풍력 발전, 주민 수용성과 산업 경쟁력 모두 해결해야
해상풍력 발전을 둘러싼 갈등 해결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김용춘 한국수산자원연구소 소장은 해상풍력 사업이 추진되면서 지역 주민과 어업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민들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어업인들이 원하는 경우 사전 폐업 보상을 제공하고 주민 협의체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상풍력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도 제시됐다.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실장은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초기 경쟁력을 확보하고, 계획입지를 도입해 투자 예측성을 높여야 한다"며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수소 인프라 확충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해야
재생에너지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 필요성도 강조됐다.
윤재호 에너지공대 교수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태양광과 해상풍력 기술 개발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AI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효율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차세대 에너지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 필요성도 거론됐다. 김종호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수소 충전소 부족과 높은 운영 비용이 수소차 보급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가 충전소 확대와 수소 보조금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