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 초대석] “초등생까지 확산…‘청소년 도박 근절’ 원년 만들겠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2.07 08:30

■ [인터뷰] 심오택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
온라인 청소년 도박 확산 조짐…조직화 현상도 나타나
사행산업 공급자관리서 이용자관리 중심으로 전환 강조
예방교육 조기개입 강화에 “학교·금융·지자체 동참해야”

사감위

▲심오택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 사진=사감위

“최근 온라인상에서 청소년의 불법도박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데이터는 물론 및 실제 단속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청소년 불법도박을 근절하기 위해 가정과 학교,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불법도박 자금통로로 악용되고 있는 금융권까지 모두 나서야 할 때입니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심오택 위원장은 지난 4일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사감위 위원장실에서 가진 대면 인터뷰에서 올 한 해 '청소년 도박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임을 강조했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청소년 불법도박 확산이 드러나고 있고 온라인 환경의 생활화로 이러한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구호를 외치는 차원을 넘어 실제 액션(행동)에 들어가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사행산업 건전화 콘트롤타워 사감위 “구호 넘어 실천으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지난 2007년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출범했다.


사감위는 당시 주택가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많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불법도박장(불법게임장) 근절을 위해 출범한 만큼 주로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단속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국내 7대 합법 사행산업인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 △소싸움 등의 건전화를 위해 강원랜드·한국마사회·국민체육진흥공단 등 '공급자'에 초점을 맞춘 통합관리감독에 주안점을 뒀다.


이러한 사행산업 통합관리 활동은 출범 이래 지난 17년간 적지않은 성과를 거둬왔다.




매출 총량제를 도입해 카지노, 경마, 로또, 토토 등 각 사행산업 규모가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1인당 구매한도 설정, 전자카드제 도입, 각 운영기관의 건전화 노력 평가 등 합법 사행산업은 상당부분 체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전체 국민(일반인)의 도박문제 유병률도 지난 2022년 5.5%에서 지난해 5.1%로 0.4%P 하락했다.


특히 지난 2023년 불거진 '홀덤펍 사태'는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로 비화될뻔 했으나 사감위는 문화체육관광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경찰청, 한국마사회 등과 함께 강력 대응에 나서 불법도박 확산을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심 위원장은 “사감위는 홀덤펍 불법도박 확산을 계기로 '카지노업 유사행위 금지 가이드라인'을 마련, 홀덤펍의 건전한 영업을 유도하고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해 왔다"고 밝혔다.


또한, 불법도박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와 신고 활성화에 주력해 불법도박 적발건수가 2023년 4만8648건에서 지난해 5만1348건으로 5.6% 증가하고 같은 기간 신고포상금 지급액도 증가하는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최근 사감위의 '제5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불법도박 규모는 102조7000억원으로 추정돼 2008년 조사 시작 이래 처음 불법도박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도 있지만 사행산업을 포함한 모든 경제활동의 주 무대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불법도박이 성행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불법도박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원인은 사회, 경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어느 한 가지로 특정하기 어렵지만, 불법도박 이용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온라인 도박에 쉽게 접근 가능해진 것이 불법도박 증가의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성인보다 온라인 사용에 친숙한 청소년의 불법도박 중독의 심각성을 크게 우려했다.


“지난해 경찰청 특별단속 결과, 불법도박 검거인원 중 47.3%가 청소년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합법 게임과 불법 도박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합법 게임 사이트에 교묘한 광고로 청소년을 유인하고 있어 판단력이 미숙한 청소년들은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지요."


따라서, 사감위의 역할을 기존 '공급자 통합관리' 관점에서 '이용자 관리' 관점으로 대 전환할 계획이라고 심 위원장은 천명했다.


기존에는 현금 베팅 등 이용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부득이 강원랜드·마사회 등 운영기관에 초점을 맞춰 총량규제, 베팅한도 규제, 게임기기 또는 경주 수 규제 등 공급 측면에서 규제정책을 펼쳐왔고 실제로 소기의 성과도 거둬왔다면 이제는 온라인 발매, 실명제 등 구매자 관리를 위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올해부터는 이용자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을 드러낸 것이다.


이같은 정책 전환의 중심에는 성인보다 온라인 활용력은 능숙하지만 판단력·절제력은 미숙한 '청소년의 도박중독 차단'에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도박중독 추방의 날 기념식'

▲지난해 9월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도박중독 추방의 날 기념식'에서 심오택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앞줄 왼쪽 두번째)이 강원랜드·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 도박중독 회복자들과 함께 불법도박 추방을 결의하고 있다. 사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청소년은 미래 경제주체…사회 전체가 나서야

심오택 위원장은 우선 올해부터 체계적인 청소년 도박실태 조사결과를 공개하고 예방교육, 홍보캠페인 등에 더욱 힘을 실을 계획이다.


“그동안 청소년 도박실태 조사를 2년 단위로 시행해 왔는데 올해부터 매년 시행할 계획입니다. 특히 올해부터 청소년 도박실태 통계가 통계청의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된 만큼 보다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통계를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된 첫 조사결과는 이달 말 도출돼 발표될 예정입니다."


심 위원장은 올해를 '불법사행산업 근절 및 청소년 도박문제 해결 원년'으로 선포하고 청소년 도박중독 예방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계획이다.


우선 홍보 캠페인 활동을 강화해 사회적 관심을 높일 계획이다. 오는 5월 가정의달을 맞아 5월 12~18일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주간' 행사를 처음 전국 단위로 확대해 개최하고 사감위가 출범한 달인 9월에는 '도박문제 인식주간' 행사를 개최해 교육계, 수사기관, 금융기관, 사행사업운영기관, 시민단체 등 사회 전반의 주체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방침이다.


교육당국과 함께 예방교육도 확대한다. 도박중독 예방교육 대상 청소년을 지난해 203만명에서 올해 더욱 확대해 전체 초중고교 학생 513만2000명 중 50% 이상이 매년 예방교육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각 지역 교육청과 지자체가 청소년 도박문제의 예방, 홍보, 교육, 치유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표준 조례안도 만들어 배포하고, 이달 말 공개될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해 '청소년 도박문제 대응 매뉴얼'도 최신화할 계획이다.


특히 심 위원장은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도박중독 예방을 포함하는 보건교육이 의무화됐음에도 아직 도박중독 예방교육 자체가 100%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학교장이 보건교육을 계획할 때 학교보건법상 6가지 예방교육(음주, 흡연, 마약, 성교육, 전자기기 과의존, 도박중독) 중 1개 이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도박중독 교육이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청소년 도박문제는 중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의 위험군 비율이 더 높은 만큼 도박중독 교육이 우선순위로 선정돼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오택 위원장은 “도박을 처음 경험하는 연령대가 지난 2018년 12.6세에서 2022년 11.3세로 낮아지는 등 도박 청소년 연령대가 하향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도박 청소년은 친구들과 피라미드 형태로 조직화하고 있고 도박자금 마련, 도박 빚으로 인한 2차 범죄 등 청소년 도박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지난해 총 2조1739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도박 청소년을 적발해 범죄자를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조기에 개입해 청소년이 처음부터 도박에 발을 딛지 않도록 예방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심 위원장은 “불법사행산업은 우리 일상에 뿌리깊이 박혀있고 청소년은 각종 게임을 빙자한 도박 유혹에 빠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도박문제는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절도, 폭력, 마약배달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2차 범죄 가능성은 건전한 사회의 근간을 위협하는 만큼 불법도박 근절과 청소년 도박문제 해결에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쳐 나서기 위해 사감위가 올해를 불법사행산업 근절 및 청소년 도박문제 해결 원년으로 삼아 적극적인 감시와 단속, 신고와 홍보, 예방교육과 상담·치유 서비스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아울러 사감위는 올 한해 불법사행산업 신고·감시 건수를 지난해보다 5% 이상 증가한 5만2000건을 달성하는 동시에, 전체 합법사행산업 실명 구매율을 50% 이상으로 높여 이용자 관리 여건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심오택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번째)

▲심오택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1월 14일 강원 원주에서 열린 강원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개소식에서 참석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불법도박, 자금줄 차단이 관건…금융권 협조 절실

사감위는 청소년 도박을 포함한 불법도박 근절을 위해서는 은행 등 금융권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온라인을 주된 기반으로 하는 불법도박은 금융계좌를 통한 금전거래가 필수라 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심 위원장은 “불법도박 사이트는 적발해서 폐쇄해도 다시 새롭게 개설되는 문제가 있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돈줄'을 차단해야 실질적인 단속 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불법도박에 이용되는 계좌를 신속하게 동결시키고 차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기존에 불법도박 사이트를 적발한 후 계좌 차단까지 복잡한 절차가 필요해 시간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불법도박에 사용된 계좌를 서면(온라인)으로 심사해 신속하게 계좌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심사 중이다. 아울러 사감위는 금융감독원, 금융결제원, 전국은행연합회 등에도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 위원장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들이 적극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은행계좌가 불법도박 자금통로로 악용되고 있는 것을 방치하면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뿐 아니라 미래 고객인 청소년의 건전한 금융관념 수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은행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무적인 점은 최근 하나금융그룹이 청소년 도박 예방의 중요성을 인식, 이를 위한 사업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은 청소년 도박 예방과 치유를 위해 올해부터 3년간 총 1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심 위원장은 하나금융그룹 사회공헌사업을 매우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하며,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러한 모범사례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지난해 11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스포츠토토코리아와 공동으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스포츠토토 건전 이용문화 조성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불법도박 이용자 흡수 위해 합법사행산업 건전한 레저화 지원할 것

심오택 위원장은 불법도박 예방과 단속이 중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합법 사행산업을 불법도박만큼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불법도박 이용자를 합법 사행산업으로 흡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등 전시, 공연, 국제회의, 문화행사가 활발한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도박만 하러 가는 곳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카오, 싱가포르 등도 대규모 호텔, 다양한 공연, 엔터테인먼크, 카지노가 결합된 복합문화 관광도시로 인식돼 많은 관광객이 다양한 여가문화를 즐기고 있습니다."


심 위원장은 그동안 사행산업이 불법도박 억제, 세수입 증대, 고용창출, 여가공간 제공 등 순기능보다 도박중독자 발생 등 역기능이 일반 국민에게 더 많이 알려져 사행산업을 건전한 레저산업으로 승화시키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사감위는 지난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5개년 계획을 담은 '제4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사행산업이 건전한 여가활동 및 올바른 레저산업으로 발전하도록 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한국마사회 경마공원 등 경주류 영업장의 공원화,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의 복합리조트 조성 등 인프라 조성을 비롯해 영업장 내 결혼식장 대관, 경정장 보트 체험, 말·소 등을 활용한 테마 카페 조성 등 복합문화시설 조성 계획이 담겨 있다.


특히 영업일에만 개방하는 등 형식적인 복합문화시설 수준을 탈피해 실질적으로 일반 국민이 상시 활용할 수 있는 레저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문화강좌센터, 피트니스센터, 공동육아방 등 지역주민 수요에 맞춘 시설 및 서비스 제공 활성화를 추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심 위원장은 “국민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행산업의 순기능을 레저기능 강화를 통해 직접 체감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사행산업의 긍정적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카지노, 경마공원 등이 있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감위는 그동안 금지돼 왔던 사행산업 광고의 자율심의 제도 개선, 경주류 교차투표제 개선, 온라인 구매상한제도 운영 개선, 도박중독 치유·재활 서비스 내실화, 실명구매 관리체계 개선, 매출 총량제 개선 등 사행산업 건전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심오택 위원장은 “청소년 도박 문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만큼 부모님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고 청소년 역시 자신의 미래를 위해 건강한 습관을 기르고 건전한 일에 몰입하길 바란다"며 “불법도박 근절을 위해 우리 사회 모두가 같이 해결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Who's 심오택


[학력] △한국외국어대 △서울대 행정대학원·캐나다 토론토대 MBA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박사


[역임] △국무조정실 정책상황실장, 국정운영실장 △국무총리실 사회통합정책실장, 비서실장(차관급)


[재임]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 △주택도시보증공사 비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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