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대왕고래 경제성 확보 못했지만 석유시스템 양호 확인”
시료 정밀분석 빠르면 5~6월 중간발표, 최종결과 8월께 발표
정치 개입되면서 실패는 예정 수순, 앞으로도 성공될 리 없어
“전문기관·전문가에 맡겨 조용하고 과학적으로 진행해야”
![1](http://www.ekn.kr/mnt/file_m/202502/news-p.v1.20250207.7a920766c3324e47acf865ad3bb142a3_P1.jpg)
▲포항 앞바다 심해에서 석유가스 매장지를 찾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탐사선 웨스트 카펠라호에서 작업자들이 드릴링 설비를 만지고 있다.
포항 앞바다 심해에서 석유가스 매장지를 찾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첫 탐사시추에서 경제성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일단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실패로 규정하며 돈 낭비였다고 평가절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망구조의 실제 시추를 통해 세부 지하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이를 면밀히 분석해 다음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7일 자원개발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12월 20일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첫 탐사시추에 착수해 이달 4일 작업을 마무리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당초 시추에서 확보한 시료에 대한 세부분석 결과를 5~6월께 중간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추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이 명확하게 확인이 돼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탐사시추 결과 브리핑에서 “당초 계획은 (첫 탐사시추에 대한) 최종 결과를 8월 정도에 하고, 5~6월 정도에 중간 결과를 발표하려고 했는데 시추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고 주식시장 영향도 있어 국민들께 정확한 정보를 미리 드리는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구체적 데이터는 말할 수 없지만 유의미한 가스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제성 확보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 차관은 “현재로서는 대왕고래 자체의 추가적인 탐사 시추는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해 대왕고래 구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시추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1](http://www.ekn.kr/mnt/file_m/202502/news-p.v1.20250207.bea237c7621a4f21b7b6b38a47536591_P1.png)
▲전통 구조에서 석유가스가 매장되기 위해서는 석유가스가 생성되는 근원암, 석유가스를 저장하는 저류암, 석유가스가 없어지지 않도록 냄비 뚜껑 역할을 하는 덮개암, 그리고 석유가스가 한 곳에 모이도록 하는 마이그레이션(이동) 등 4대 석유시스템 구조가 필요하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명명된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은 울릉분지 내에 7개 유망구조에서 석유가스 매장지를 찾는 작업이다. 7개 구조 가운데 가장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높은 대왕고래 구조에서 첫 탐사시추가 이뤄졌지만, 경제성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사업이 이대로 끝난 것은 아니다. 7개 유망구조 가운데 1개 구조에서만 경제성 없는 것으로 확인됐을 뿐 나머지 6개 구조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첫 탐사시추를 통해 실제 지하 지층 구성을 확인한 만큼 이 자료를 토대로 보다 더 정밀한 시추를 할 수 있게 됐다.
최 차관은 “(이번 시추를 통해 지하 지층의) 전반적인 석유 시스템 구조는 양호한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확보한 데이터는 추가적인 보정작업을 해서 후속 탐사 추진에 유용하게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 시스템구조란 석유가스가 매장될 수 있는 여건을 말한다. 이를 위해선 석유가스가 생성되는 근원암, 석유가스를 저장하는 저류암, 그리고 석유가스가 없어지지 않도록 냄비 뚜껑 역할을 하는 덮개암, 그리고 석유가스가 한 곳에 모이도록 하는 마이그레이션(이동) 기준이 충족돼야 한다.
즉, 이번 탐사시추에서 석유가스가 매장될 수 있는 4대 기준이 모두 확인은 됐지만, 경제성 있는 석유가스 매장량은 없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벌써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판단으로 보고 있다.
첫 탐사시추에서 양호한 석유 시스템구조가 확인이 된 만큼 우선은 채취한 시료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이번 시추 결과 해석을 바탕으로 나머지 유망구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시추가 미탐사지역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고 불확실성을 많이 줄여 줄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줄어든다고 유망구조의 성공률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탐사 전략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도 “시추에서 채취한 시료를 면밀히 분석해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공사는 곧 업체 선정을 통해 시료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분석 결과는 빠르면 5~6월에 나오고, 최종 결과는 8월께 나올 예정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이번 시추 결과를 공개해 오는 3월부터 해외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얼마나 투자를 유치하느냐에 따라 동해 심해 가스전사업의 생명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기업들이 유망하다고 판단하면 투자가 이뤄져 추가 시추가 이뤄질 수 있지만, 유망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정부도 막대한 시추예산을 주기 힘들어 결국 심해 가스전 사업은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자원개발 업계에서는 정치권이 동해 심해 가스전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업은 지난해 6월 당시 지지율이 낮았던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히 직접 발표하면서 정치적 논쟁거리가 됐다. 특히 최대 탐사자원량 140억배럴을 삼성전자 시총에 비유하면서 말해 논란을 더 키웠다.
공교롭게도 지난 6일 발표도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 중 증인으로 나온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과의 질의를 앞두고 진행돼 타이밍을 두고 또 정치적 논란이 일었다.
자원업계 한 전문가는 “결과론적이지만, 이번 동해 심해 가스전사업을 대통령이 처음 발표할 때부터 실패는 예정돼 있었다. 앞으로도 정치가 이 사업에 관여하는 한 성공은 없을 것"이라며 “자원개발사업은 전문기관과 전문가들에 맡겨 조용하고 과학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향"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