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AI 공포, 개인정보 유출 위험
이용자 “정보 활용 거부” 선택권 없어
기기 일련번호까지 사실상 中 정부 귀속
각국 정부·기업 잇따라 사용금지 나서
![DEEPSEEK-AUSTRALIA/](http://www.ekn.kr/mnt/file_m/202502/rcv.YNA.20250204.PRU20250204304701009_P1.jpg)
▲딥시크 로고.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가져온 혁신이 이제는 글로벌 보안 위협으로 변모했다. 딥시크의 개인정보 수집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이 큰 우려를 낳으면서 제한 조치가 잇따르는 중이다.
中 정부에 언제든지 제공 가능한 개인정보…정부·업계 '줄차단'
8일 관련 IT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딥시크 사용 제한 조치가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개인정보보호기관이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방식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 후 앱 다운로드를 차단했으며, 미국 의회와 국방부도 딥시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한국에서도 외교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주요 정부부처와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금융권,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대기업까지 딥시크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딥시크는 시장에 '공포'가 아니라 '혁신'으로 다가온 서비스였다. 지난 1월 27일 공개된 딥시크의 AI 모델 R1은 GPT-4와 유사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개발 비용은 557만6000달러에 불과하다고 발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문제는 개인 정보였다. 이용자가 프롬프트에 입력하는 정보 외에도 개인의 기기 정보와 일련번호, 키보드 입력 패턴과 리듬, IP 주소, 쿠키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이 뒤늦게 환기되면서 우려가 확산됐다.
이렇게 수집된 모든 정보가 중국 서버에 저장된다는 점도 우려를 낳았다. 딥시크는 약관에서 “사용자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는 사용자가 거주하는 국가 외부에 위치한 서버에 저장될 수 있으며, '국가 외부의 위치'는 지리적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정보법에 따르면 중국의 모든 조직과 국민은 중국의 정보 활동을 지지·지원·협력해야 하므로, 딥시크가 수집한 데이터는 언제든 중국 정부에 제공될 수 있는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빅데이터의 시대를 맞아 앞다퉈 선보여지는 다양한 서비스들은 대부분 이용자가 정보 수집을 거부할 수 있는 '옵트아웃'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AI도 마찬가지다. 챗GPT나 네이버 클로바X는 이용자들이 원할 시 입력한 데이터가 서비스 품질 개선 목적 등으로 활용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딥시크는 옵트아웃 옵션이 없다.
중국은 우려 없다지만…실효성 있는 안전장치 없어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고도로 중시하고 법에 따라 보호한다"며 “기업이나 개인에게 위법한 형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저장하도록 요구한 적이 없고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확실한 안전망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정부부처와 기업들의 딥시크 금지령이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간통신사에서 딥시크 웹사이트나 도메인을 막은 것이 아니라 자체 사내망에서만 사용을 막은 만큼 원천 차단이라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부처 혹은 사내 PC를 활용한 딥시크 이용은 불가능하지만, 직원들이 개인 기기에서 딥시크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관계당국의 대응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딥시크와 관련한 조사 및 서비스 차단 권한은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분산돼 있어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아직까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기 힘들다.
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중국에 본사를 둔 딥시크 측 개인정보 보호 정책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통해 개인정보 수집 항목과 처리 방법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서비스가 아무리 혁신적이어도 보안 및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양날의 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