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옵션 요구 시 산은·해진공, 주식 전환해 지분율 71.69%로↑
원매자 모수 적고 국내외 정치적 불안정성에 원매 후보 안 보여
![HMM CI. 사진=박규빈 기자](http://www.ekn.kr/mnt/file_m/202502/news-p.v1.20250213.b3cac0763ef34ce2aac027d0e03c9d71_P1.png)
▲HMM CI. 사진=박규빈 기자
마지막 영구전환사채(CB) 금리 상향 시기가 오는 4월 도래하면서 연내 HMM의 민영화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7200억원 규모의 해당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HMM의 몸값이 12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 정부가 직접 책임을 져야할 민영화 작업이 시작되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 23일 7200억원 규모로 발행된 HMM의 '제197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 사채(CB)'의 금리가 기존 연 3%에서 6%로 조정되는 금리 상향(스텝업) 시기가 도래한다.
업계에서는 오는 4월 HMM이 CB에 대한 콜옵션을 청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은 해당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지금까지 CB 등의 금리 상향 시기에 맞춰 콜옵션을 청구하고,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반복돼 왔기에 마지막 CB에 대해서도 동일한 방식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HMM의 총 유통 주식수는 10억2504만주로 늘어나고, 산은·해진공의 합계 지분율은 기존 9월 말 67.05%에서 71.69%로 4.64%포인트(p) 상승한다. 이는 HMM이 민영화를 위해서 대규모 매각 대금을 지급할 원매자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HMM의 시가 총액은 16조1759억원에 달한다. 만약 해당 주가가 4월 말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면 HMM의 지분율 71.69%의 시장가치는 11조5965억원에 달한다. 통상 M&A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이 별도로 가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 대금이 1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올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등으로 국내외 리스크가 높은 상황에서 이만큼의 대규모 자금을 마련해 HMM을 인수할 만한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산업권에서는 재계 10위 이내 그룹이어야 HMM 인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원매자로 꼽을 만한 기업 후보군이 적어 민영화가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실제 지난해 하림그룹(재계 29위)이 HMM 인수를 추진했으나 주주 간 계열 조건 불일치와 자금력 부족 등의 문제로 최종 M&A가 불발됐다.
아울러 올해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심각한 것도 HMM의 민영화에 걸림돌로 꼽힌다. 올해 HMM 매각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정치적 상황을 감안하면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앞서 정부가 선언했던 올해 안에 HMM 민영화 방침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10월 당시 정부는 산은 체제 아래선 의사 결정이 느려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올해 말까지 HMM 민영화 완료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대통령 권한 대행의 대행 체제인 국내 정치 상황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국제 정세도 급변하는 모양새여서 정부 계획대로 올해 안으로 HMM 매각이 이뤄지기란 쉽지 않다"며 “정부도 진지한 매각 의지가 있다면 최근의 단기 성과만 갖고 높은 가격을 써내라는 말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