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해운 품는 HMM, 기업 가치 오를수록 매각 부담감은 커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2.24 15:10

내달 중순까지 실사…업계, 2조원대 거래 예상

컨선 매출 비중 86%…시황 따라 수익 널뛰기

포트폴리오 다각화·실적 개선에 매각 신중론↑

컨테이너선 이미지. 사진=HMM  제공

▲컨테이너선 이미지. 사진=HMM 제공

국적 대표 해운사 HMM이 SK해운의 벌크선 부문 인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시황에 따른 실적 널뛰기를 상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거래가 성사될 경우 HMM의 기업 가치가 높아져 연중 매각 완료를 희망하는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계획이 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개선이 뚜렷하기 때문에 매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신중론이 힘을 받고 있다.




24일 금융 투자(IB) 업계에 따르면 HMM은 SK해운 일부 사업부 매각을 위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고, 현 소유주인 사모 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와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는 다음 달 중순까지 실사를 진행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HMM이 SK해운의 전 부문을 인수할 수 없는 것은 과거 액화 천연 가스(LNG) 운반선 사업을 매각하며 2029년까지 해당 사업에 진출하지 않기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으로, 일부 사업부를 인수하는 수준에서 거래 범위와 가격 등을 놓고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9월 기준 SK해운은 △원유선 22척 △제품선 1척 △LNG선 12척 △액화 석유 가스(LPG)선 14척 △벌크선 10척 △벙커링선 7척 등을 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앤코는 2018년 약 1조5000억원에 SK해운을 인수해 비 주력 사업부 비중을 줄이고 낡은 선박을 매각하며 기업 가치를 제고해왔다. 2023년 기준 SK해운의 매출은 1조8865억원, 영업이익은 3671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해운업계는 2조원대에서 매각 가격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현재 HMM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유동성 파생 상품 자산, 기타 유동 금융 자산, 기타 유동 자산을 모두 합하면 14조4537억원 수준으로, 인수 자체에는 큰 무리가 따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HMM·SK해운 CI. 사진=각 사 제공

▲HMM·SK해운 CI. 사진=각 사 제공

HMM이 SK해운의 사업부들을 인수하려는 이유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함으로써 수익 구조 안정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HMM의 누계 매출은 8조5452억원이고, 이 중 컨테이너선의 비중이 86.34%로 압도적이다. 벌크선은 11.78%, 기타 부문은 1.88%를 차지한다.


HMM 관계자는 “해운 경기는 세계 경제·정치 상황·계절적 요인·유가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글로벌 경기 변동에 따라 수요가 민감하게 변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박 건조에는 장기간이 소요되고 자본 투입이 필요해 공급은 비탄력적인 특성이 있다"며 “수급 불균형에 따른 주기적 호·불황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컨테이너 시황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SK해운 부분 인수로 인한 손익과 재무 상황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HMM은 인수 금융 없이 현금성 자산 100%로만으로도 SK해운을 매입할 수 있을 정도로 우량한 재무 구조를 갖추고 있다"면서도 “다만 SK해운의 LNG 사업부 제외 순차입금을 3조3000억~3조8000억원으로 가정하면 인수 이후 HMM의 순 현금은 4조2000억~4조7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감소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한국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 CI. 사진=각 사 제공

한편 HMM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매각 추진 중 복병을 만나게 됐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HMM의 기업 가치가 더욱 높아져 대규모 매각 대금을 지급할 원매자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수렴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산은·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율은 기존 9월 말 67.05%인데, 오는 4월 23일 7200억원 규모로 발행된 HMM의 '제197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 사채(CB)'의 금리가 기존 연 3%에서 6%로 조정되는 금리 상향(스텝업) 시기가 도래한다. 이 경우 산은과 해진공은 해당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돼 지분율이 71.69%로 4.64%포인트(p) 올라 매각이 어려워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HMM 민영화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만큼 정부가 계속 보유하는 것이 시장 원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민영화가 이뤄지면 경영 효율성 증대와 장기적 경쟁력 강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국가가 해운업을 직접 운영할 게 아니라 아니라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매각 반대 또는 신중론자들은 HMM이 최근 실적 개선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더욱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돼가는 상황이어서 서두르면 오히려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글로벌 해운업계가 여전히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안정적인 국적 선사가 필요하다는 전략적 이유도 있다.


이와 관련,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중국의 해양 굴기를 막고자 중국 선사와 중국산 선박에 관한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중국의 조선·해운업계에 본격 칼을 빼들었다는 점에서 HMM이 중국 코스코의 물동량을 흡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박규빈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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