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에 흔들리는 부동산시장…한국 경제 기초 허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2.26 15:53

‘중도보수’ 자처 李, 상속세 한도 인상·국토보유세 철회 추진

여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재건축 촉진법 등으로 맞서

집값 양극화·세수 부족·부동산 의존 경제구조 악화 등 우려

부동산 대선

▲서울 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재건축 촉진법, 상속세 한도 인상 등 '표심'을 노린 부동산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 강남의 집값이 급상승하면서 부동산 양극화, 세수 부족 등 시장 혼란은 물론 부동산 의존적인 한국 경제의 기초를 또 다시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정치인·정당은 물론 중앙정부·지자체까지 나서 선거 때 확고한 지지층이 없는 '스윙 보터' 역할을 해왔던 서울 강동·송파구 등 수도권 중산층을 겨냥한 부동산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중도보수를 자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장 핫하다. 그는 최근 상속세 공제 한도를 기존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민주당은 이와 관련한 상속세법 개정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10억원 이상의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 3구는 물론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강동구 등이 대표적인 수혜 지역이 될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더욱이 이 대표는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다주택자에 대해 “세금을 열심히 내면 된다"며 “부동산 세금은 손댈 때마다 문제가 되므로 가급적 손대지 않아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0년 “불로소득을 제로화해야 한다"며 다주택 보유에 대해 '징벌적 중과세'를 주장했던 것과는 180도 태도가 달라졌다. 지난 대선에서 내놓았던 토지이익배당(국토보유세) 공약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서울과 수도권 구도심의 재건축 속도를 높이는 특별법인 '재건축·재개발촉진법'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정비사업 시 초기 기본계획과 정비계획, 조합 설립 이후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건설사 및 재건축 조합 등의 요구안인 용적률 혜택 등도 포함하고 있으나,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2일 강남권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발표했다.


정부도 기름을 끼얹었다. 정부는 지난 25일 '국가전략사업' 육성을 명분으로 17년 만에 여의도 면적 15배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그린피스,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무리한 결정을 내리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비판을 가했다.




이처럼 대권주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는 것은 서울·중도층 민심 잡기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국내 가구의 부동산 자산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3월 기준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4022만원인데 이중 부동산과 거주 주택, 토지, 건물, 계약금 및 중도금을 포함한 실물 자산은 전체의 75.2%인 4억 644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서울 강남 3구 등 주요 지역 집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시장 혼란과 양극화 등 엄청난 부작용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 경기 침체 등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가운데,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일부 지역만 집값이 상승하는 현상을 초래했다. 실제로 서울 집값이 하락세인 와중에도 해제 구역이 집중된 송파구는 가격이 올해 누적 기준으로 0.8% 올랐다.


또 상속세 공제 한도 인상의 경우 감세 정책인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86조원의 세수 부족 사태가 발생한데다 올해도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안정책이 집값 하락 리스크를 줄이며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들어, 다주택자와 부동산 보유 계층에게만 혜택을 안겨줬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여지를 주지 않고, 정부가 계속 장작을 집어넣어 시장 과열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생산적인 부동산 분야에 계속 투자금이 유입되는 반면 연구개발(R&D)나 첨단 산업 등 생산성이 높은 분야의 투자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경기가 워낙 악화된 상황에서 내수를 살릴 방법이 많지 않아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해 내수를 끌어올린 후 세수 증가를 기대하는 전략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어느 정책에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따라오니, 도입과 미도입 중 어느 쪽이 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 개입에 대해 “임대차 보호 3법과 같은 규제의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공공부문에서는 주거 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는 정책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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