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얀트리 부산 시공사 삼정기업·삼정이앤씨, 27일 법정관리 신청
대우조선해양건설·삼부토건 등 지난주만 4개사 기업회생 택해
미분양 급증으로 자체 사업 비중 높은 중견 건설사 위험 처해
건설 전문가 “지방 부동산 부활 위해 정부 차원 특단의 대책 필요”

▲건설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건설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부동산 시장 양극화에 따른 지방 미분양이 심해지면서 중견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가 소극적인 대책을 발표하긴 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로 세제 혜택, 대출 규제 완화 등 보다 적극적인 수단을 내놔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미 폐업한 건설사 수만 약 84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50~100위권인 중견 건설사들조차 연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구체적으로, 시공능력평가 114위를 차지한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씨는 지난 27일 “건설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2500억원이 넘는 미회수 채권이 발생했다"며 “화재 사고로 공사비 회수가 불투명해지며 금융기관의 추가 자금 조달이 전면 중단돼 경영난이 극심해져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고 입장문을 냈다.
같은 날 대우조선해양건설도 수원회생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해당 건설사는 2022년 법정관리 절차를 밟은 뒤 스카이아이앤디에 인수돼 지난해 말 회생절차를 졸업했지만, 스카이아이앤디가 경영권을 포기하며 결국 다시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앞선 24일에는 국내 건설면허 1호 보유 기업이자 시공능력평가 71위인 삼부토건도 경기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해 이슈가 됐다. 138위인 안강건설도 이날 서울회생법원에서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며 중견 건설사들의 법정관리 행렬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초 법정관리를 신청한 시공능력평가 58위 신동아건설과 경남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까지 합치면, 올해 들어서만 벌써 6개의 중견 건설사가 쓰러졌다. 이밖에 계룡건설, 동부건설, 한신공영, HL D&I한라 등 건설사도 부채비율이 200%를 넘었다. 금호건설과 워크아웃 대상인 태영건설은 '잠재적 부실기업' 기준인 400%를 초과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금융비용까지 치솟으면서 건설업계 전체가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대형 건설사들은 대형 건설사와 달리 자체사업 비중이 높아 시장 침체에 더 취약하다. 대형 건설사는 조합사업 등 외주사업 위주로 공사비 수익만 거두는 구조지만, 중대형 건설사는 토지를 직접 매입해 시행 이익과 시공 이익을 모두 챙기는 구조로 미분양이 늘어날수록 리스크가 커진다.
실제로 지난 1월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2872가구로, 전월 대비 6.5%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에 이미 2만 가구를 넘어서며 2014년 7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할인 분양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분양가를 낮추면 기존 계약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져서다.
여기에 중소형 건설사들의 주된 수익원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마저 올해 약 1조원 감축돼 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매출 확보를 위해 관급공사와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힘을 쏟고 있으나, 업계 전반의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도 지난 19일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 지방의 '악성 미분양' 3000가구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한다는 방안을 내놓긴 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 디딤돌대출 우대금리 제공과 기업구조조정 리츠(CR 리츠) 출시, 상반기 SOC 예산 70%인 12조5000억원을 신속 집행 등의 방침도 함께 마련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 대책은 사실상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며 “1월 통계를 봐도 미분양 물량은 계속 쌓이고 있고, 지방 부동산 시장은 사실상 붕괴 상태로 당분간 업황이 좋아질 기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취득세 감면, 저리 대출, 분양가 할인 등 강력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서울로 쏠린 투자 수요를 지방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면서도 “정부 부처 간 입장 차로 인해 이런 종합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