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 매각, 실사 협의 소식에도 ‘갈지자걸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3.03 10:10

예보, MG손보 노조와 실사 협의 추진
MG손보 관리인, 예보 출신으로 교체

당국, 교착 상태 종식에 각종 움직임
청산론 대두…성공 예측하기 어려워

MG손해보험.

▲MG손해보험.

MG손해보험 노조와 예금보험공사가 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 인수 실사를 위한 협의를 이어가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던 매각 진행에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모인다. 때 마침 금융당국이 MG손보 대표관리인을 예보 출신 인사로 교체하고 완곡한 독촉까지 더하면서 이런 바람이 강하게 돌고 있다.




다만 앞서 두 번의 협의 시도가 무산된 바 있어 이번 협의 진행이 원만한 조율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MG손보 매각 급물살 타나…대표관리인 교체도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MG손해보험 노조와 예금보험공사는 현장 실사 추진과 관련해 큰 틀에서 합의를 마쳤다. 노조 측은 메리츠화재가 요구해 온 115개의 실사 자료를 55개로 간소화 해 진행하는 등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지위를 악용해 과도한 실사 자료를 요구한다며 반발해왔다.



예보가 MG손보와 메리츠화재간 중재에 나서 합의점을 도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화재가 실사 자료 간소화 등을 수용하면 예보와 구체적인 실사 일정이 협의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이 MG손보 대표관리인을 교체했다. MG손보는 지난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대표관리인에 기존 금융감독원 출신인 윤진호 대표를 안병율 전 예보 조사기획부장으로 교체했다. 기존 MG손보 관리인은 총 4명으로 금감원 출신 3명, 예보 출신 1명으로 구성됐으나, 대표관리인에 안 전 부장이 선임되면서 예보 출신이 2명으로 늘었다. 안 전 부장은 지난 1월 예보가 MG손보 감사 담당 관리인으로 파견한 인물로, 한 달 만에 경영 총괄직에 오르게 됐다.




교체 배경에 윤 전 대표가 MG손보 노동조합의 실사 반대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부진한 상태를 전환하려는 의도 등 여러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당국은 올 들어 매각 작업이 교착 상태에 놓이자 지난달 18일 MG손보 매각 주무 부서를 구조개선정책과에서 보험과로 변경하기도 했다. 보험 실무에 보다 가까운 조직에 맡겨 MG손보 존속 여부 결정이나 정리 작업 등에 속도를 내도록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절박한 심정으로 양측의 협의하라'며 조속한 매각 진행에 목소리를 보탰다. 김 위원장은 “선택지가 별로 안 남았으니 양측이 협의를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너무 늦어져선 안 된다는 입장으로 지켜보는 중"이라고 독촉했다.



“앞선 시도들도 무산…성공 가능성 예측 어려워"

메리츠화재의 경우 간접적으로나마 MG손보 인수에 미온적이지 않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지난달 19일 메리츠금융지주는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3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에 대해, MG손보 인수에 대비한 자본성증권 발행이라고 밝혔다. 오종원 CRO는 “향후 예정된 할인율 변경과 현재 검토 중인 MG손보 자산 부채 이전을 대비해 자본을 확충했다"며 “할인율 변경까지 시간이 남았고 MG손보 자산 부채 이전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조의 반대 등 매각 지연 요소가 소멸되면 매각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 중 MG손보 입점 실사가 개시되는 등 빠른 진행이 이뤄질경우 법원에 가처분이 인용되기 전 실사를 먼저 진행해 법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예보는 지난달 12일 실사 지연과 관련해 메리츠화재와 함께 MG손보 노조 측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오는 12일 오전 가처분 심문기일이 진행된다. 법원이 예보 측 손을 들어주면 노조는 강제로라도 실사에 응해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앞선 시도에서도 무산을 반복해 향후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예보가 대표관리인을 예보 출신 인사로 교체한 부분을 두고선 MG손보의 청산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당국의 MG손보 처리 방침이 '관리'에서 '구조조정'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최근 MG손보 매각 주무 부서 변경 등도 청산에 미리 대비한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아울러 실사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매각 완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용승계와 관련된 갈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예보 관계자는 “(대표관리인 변경이) 청산이나 파산을 염두에 둔 인사는 아니며, 단지 필요와 요구에 의해 적합하게 교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보가 MG손보 노조와 진행 중이라고 알려진 실사 협의 결과에 관해선 “아직까지 MG손보 노조나 메리츠 측에 확인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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