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기내 탑승 시 보조 배터리 휴대·좌석 USB 포트 충전 금지
항공·우주 커뮤니티 “압착 인한 화재라면 관련 예방책 제시해야”

▲지난 1월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홍콩으로 출발하려던 에어부산 여객기가 불길에 휩싸인 모습(좌)과 공항 내 리튬 이온 배터리 제품 휴대에 관한 안내문. 사진=독자·국토교통부 제공
최근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화재 사고 이후 보조 배터리에 관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를 탑재한 노트북 등의 제품들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은 정책을 유지해 관계 당국과 항공사들이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승객 편의와 안전을 모두 고려한 합리적인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ARAIB)는 지난 1월 28일 김해공항 계류장에서의 에어부산 391편(HL7763) 화재 사고에 대한 현장 감식을 마치고 원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내 후방 선반 속 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승객들의 증언과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당시의 사진도 공개됐지만 아직까지 당국의 공식 입장 발표는 없는 상태다. 이에 업계에서는 보조 배터리나 전자 담배와 같은 리튬 이온 배터리가 내장된 소형 장치가 발화점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3일 기내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표준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표준안은 △배터리 기내 반입 용량·수량 제한 △보조 배터리 단락 방지 조치 강화 △보안 검색 강화 △보조 배터리·전자 담배 기내 선반 보관 금지·사용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부 표준안에 따라 에어부산은 탑승구에서 휴대 수하물 내 배터리 소지 유무를 사전 확인하고, 기내에서는 탑승구에서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 수하물만 선반에 보관될 수 있도록 통제를 강화했다.
보조 배터리의 기내 탑재를 전면 금지할 수 없는 현실적 제약을 감안해 탑승객 스스로의 점검을 유도하고 배터리의 이상 현상이나 화재 발생 시 신속한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탑승구에서 휴대 수하물 내 배터리가 있는지를 점검해 스티커나 택 등의 별도 표식을 부착하고 기내에서는 표식이 부착된 수하물만 선반 보관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좌석에 부착된 주머니에 휴대용 보조 배터리 보관용 지퍼백을 비치하도록 내부 방침을 정했고 이른 시일 내 시행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보조 배터리·전자 담배 기내 반입 절차 안내문.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그러나 당국과 항공사들의 정책 초점이 보조 배터리와 전자 담배에만 맞춰져 있어 합리적이지 않고, 탁상 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스마트폰·노트북·태블릿 PC·카메라·드론·액션 캠 등도 보조 배터리나 전자 담배와 마찬가지로 같은 리튬 이온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항공·우주 커뮤니티 '플라이터스'에는 이와 같은 정책을 성토하는 게시물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회원은 “보조 배터리 압착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예방 대책을 세워야지, 아예 못쓰게 막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회원은 “보조 배터리를 굳이 좌석에 꺼내놨다가 고의 또는 실수로 좌석 사이에 끼어 종전 대비 훨씬 불이 많이 날 확률에 대해서는 왜 생각을 못하느냐"고 지적했다.
일관성 없는 정책 아닌 과학적 근거 기반의 안전 대책이 요구되고, 승객 편의와 안전을 모두 고려함으로써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은 열폭주와 폭발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리튬 배터리 화재 진압 파우치와 내열 장갑을 기내에 도입했다. 화재 진압 파우치의 외피는 1600도까지 견딜 수 있는 방염 소재인 실리카로 만들어졌고, 내부는 질석 패드로 구성돼 있다. 파우치 내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질석이 열기에 녹아 배터리를 덮으며 산소를 차단해 자체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배터리 화재로 인한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항공기에 화재 진압 파우치를 도입했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의 안전한 항공 여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