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중국·OPEC+ ‘삼중고’…국제유가 하락 어디까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3.06 14:31
USA-OIL/FRACKING

▲미 원유시추기(사진=로이터/연합)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증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맞물리면서 국제유가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원유소비국인 중국 정부가 정유제품 생산을 줄이라고 압박에 나서자 글로벌 원유 수요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2.85% 급락한 배럴당 66.3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2.45% 하락한 배럴당 69.30달러를 기록, 70달러선이 붕괴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장중 브렌트유가 최대 68.33달러까지 하락,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WTI의 경우 한때 2023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65.22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멕시코, 중국 3개국에 신규 관세 부과를 발효한 점과 OPEC+가 내달 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 역풍으로 작용해 국제유가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날엔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증가했다는 소식이 유가 하락에 압박을 가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360만배럴 증가한 것으로 집계,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34만1000만배럴 증가를 대폭 뛰어넘었다.




영국 투자은행 팬뮤어 리베룸의 애슐리 켈티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는 각국의 신속한 보복을 촉발하여 경제 성장 둔화와 그에 따른 에너지 수요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켰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파르타 코모디티의 준 고 선임 원유시장 애널리스트는 “수입 관세는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높여 소비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며 “산업용 수요와 크게 연관있는 디젤이 특히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어 “예측 불가능한 보복 관세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는 불확실성을 더 키운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100bp 둔화될 경우 글로벌 원유 수요는 하루 18만배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JP모건은 또 지난달 글로벌 원유수요가 평균 하루 1억360만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월대비 160만배럴 증가한 수치지만 JP모건이 자체 예측한 증가치(180만배럴 증가)를 하회했다.


여기에 OPEC+는 수년간 이어왔던 감산정책을 종료하고 4월부터 증산에 나선다. OPEC+는 우선 4월부터 하루 12만 배럴을 증산하고 이후 18개월간 하루 220만 배럴을 증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 전망치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올해 브렌트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올 하반기엔 브렌트유가 배럴당 60~69달러 범위에 거래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와중에 중국 정부가 업계에 정유제품 생산을 줄이고 석유화학제품을 늘리라고 촉구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 “정유제품 생산량을 줄이고 화학제품을 늘려 석유화학 산업을 고급 화학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경기침체, 전기차 대중화 등의 영향으로 정유제품 수요가 정점을 이미 찍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정유업체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은 디젤과 가솔린 소비가 정점을 찍어 석유화학 사업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았다고 최근 밝혔다. 실제 지난해 중국 월간 휘발유 판매는 2023년 대비 9% 하락한 1320만톤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증산을 앞둔 OPEC+에게 최악의 타이밍"이라며 “지난해 중국 원유 수입은 2020년 이후 세 번째로 감소했다"고 짚었다. 이어 “글로벌 원유 수요회복에 있어서 중국이 더 이상 구원투수가 될 수 없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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