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부진과 AI 경쟁력 우려에
삼성전자 주가 1년 새 32%나 하락해
삼성물산 상계된 총포괄손실 2조2천억
삼성생명도 12조원 상당 평가손실 예상
순이익 포함 안되지만 재무건정성엔 영향

▲삼성전자 서초사옥. 에너지경제DB
삼성전자의 주가 급락이 삼성그룹 계열사의 손실로 전이된 지점이 확인됐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AI(인공지능) 경쟁력 우려 등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1년 새 32% 넘게 하락하면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급락 여파, 삼성물산 등에 전이
9일 삼성물산의 2024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2조2305억원 규모의 총포괄손실을 기록했다. 금융자산 평가손실 7조2238억원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삼성물산이 보유 중(5.01%)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2023년 말 7만8500원에서 2024년 말 5만3200원으로 32.2% 하락한 것이 원인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으로 지분의 평가가치가 23조4572억원에서 15조8971억원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삼성물산이 기록한 금융자산 평가손실은 7조5601억원에 달하며, 이는 전체 금융자산 평가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삼성물산의 금융자산 평가손실이 모두 총포괄손익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회계적으로 '기타포괄손익(OCI)'에 반영되며, 당기순이익(NI)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총포괄손실은 금융자산 평가손실 규모에 비해 적은 2조2305억원으로 집계됐다.
확실한 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삼성물산의 총포괄손익 적자 전환을 유발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와 재무건전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023년 말 대비 100조원 이상 감소했다. 반도체 시장 침체, AI 반도체 경쟁력 약화 우려, 글로벌 반도체 업계 경쟁 심화 등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삼성생명 등 계열사 재무건전성 악화 불가피
이게 끝이 아니다. 삼성생명 역시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통주 기준 8.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물산보다 더 많다. 따라서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 규모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는 약 27조원에 달한다. 지난 2023년 말에는 40조원에 달했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주가 하락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의 평가손실 규모는 12조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삼성생명의 2023년 당기순이익 2조337억원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계열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평가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평가손실은 당기순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자본총계를 감소시켜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준다.
삼성물산의 경우 자본총계가 39조8971억원에서 37조2585억원으로 감소해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또 삼성전자 주가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금융자산 평가손실 가능성도 있다. 이는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AI 경쟁력 확보가 관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근본 원인으로는 반도체 업황 부진과 AI 경쟁력 우려가 꼽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고,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또 엔비디아 등 업계 주요 고객사의 AI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주가 하락을 불러온 요인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가 단기간 내 급격히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계열사들의 실적 부담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이 삼성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회복과 AI 경쟁력 확보를 통해 주가를 회복해서 계열사들의 실적 부담을 덜어낼 수 있도록 그룹의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