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임영석 교수팀 한국·대만 임상시험 결과
간경화 없고 간수치 정상 간염바이러스 중등 환자 대상
항바이러스제 치료군 위험률, 비치료군보다 79% 낮아
“간염 초기부터 치료 합병증 예방"…국제학술지 발표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가 만성 B형간염의 항바이러스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간암은 사회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40대·50대에서 암종별 사망원인 1위로서, 국내에서 원인질환 중 B형간염이 60∼70%, C형간염이 약 15%를 차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23년 B형간염 진료 인원은 40만 1105명에 이른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B형 간염은 완치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예방은 가능하다. 혈액 검사 결과 B형 간염 표면항체가 없다면 백신을 접종해 예방하고,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인 경우는 3∼6개월마다 규칙적으로 정기검사를 실시하여 혈중 바이러스 수치를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항바이러스 제제를 복용하면 간염의 활성화를 막을 수 있다.
현재 국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B형간염 치료지침은 간 수치가 크게 상승했거나 간경화로 진행된 환자에 한해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도록 돼 있다.
이같은 기존 치료기준인 간 수치 혹은 간경화 여부와는 상관없이 혈액 내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따라 항바이러스 치료를 일찍 시작해야 만성 B형간염이 간암이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팀은 한국과 대만의 병원에서 간수치(ALT ·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 수치)가 정상이고 간경화가 없지만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중등도 이상인 만성 B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임 교수팀은 2019년 2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한국과 대만의 22개 병원에서 만성 B형간염 환자 734명을 연구에 등록했다. 환자들은 간경화가 없었고 간수치가 정상 범위였으나, 혈중 간염 바이러스 농도가 중등도 혹은 높은 수준(4 log10 IU/mL에서 8 log10 IU/mL)에 해당됐다.
이들을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그룹(369명)과 치료 없이 관찰만 하는 그룹(365명)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치료군은 B형간염 항바이러스 치료제인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TAF)를 하루 한 알 복용했다.
이후 약 17개월(중앙값) 동안 두 그룹을 추적 관찰하며 간암, 간부전, 간이식, 사망 등 주요 평가 지표 발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치료군에서는 주요 평가 지표 발생률이 연간 100명당 0.33명, 관찰군에서는 연간 100명당 1.57명으로 나타났다. 즉 치료군에서 간 관련하여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률은 대조군에 비해서 79% 더 낮았던 것이다. 치료군에서는 간암 발생만 확인된 반면, 관찰군에서는 간부전과 사망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조기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그룹은 치료 없이 관찰만 한 그룹보다 간암이나 간부전, 간이식, 사망, 그밖에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 위험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내용은 '랜싯 위장병학&간장학(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임영석 교수는 “치료기준이 엄격하다보니 B형간염 환자 5명 중 1명만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만성 B형간염의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염 초기 단계에서부터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함을 이번 연구가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결과와 선행연구에서 축적된 근거를 바탕으로 만성 B형간염에 대한 임상진료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간염은 그 지속 기간에 따라서 급성(6개월 이내)과 만성(6개월 이상)으로 구분된다.
급성 간염의 경우 식욕 부진, 오심, 구토 등의 비특이적인 소화기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우상 복부 불편감을 느끼면 심한 무력감을 동반한다. 미열이나 두통, 근육통, 관절통, 피부가려움 등이 있을 수 있고, 눈의 흰자위가 보이고 피부가 노랗게 되고 소변 색이 진해지는 등 황달기 또한 주요 증상으로 꼽힌다.
만성 간염은 급성 간염에 걸린 환자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간내 염증이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만성 간염은 무증상이 대부분이지만 피로감이나 무력감이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B형간염은 감염된 혈액에 노출되거나 감염된 사람과의 성접촉, 사용 중 상처를 일으킬 수 있는 오염된 도구(주사바늘, 면도기 등)를 통해 전파되며, 특히 출산 도중에 모체로부터 감염되는데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모두에서 가능하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가족, 혈액제제를 자주 수혈받아야 되는 환자,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 주사용 약물 중독자, 의료기관 종사자, 수용시설의 수용자 및 근무자 등은 B형간염 고위험군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