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조정 에비타 첫 흑자…영업흑자 청신호
매출·거래액·가입자 성장세…물류도 효율화
IPO 환경도 우호적…“아직 본업 집중” 신중

▲김슬아 컬리 대표가 지난 2023년 7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컬리 푸드 페스타'의 콘퍼런스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컬리
식품·뷰티 전문 이커머스 기업 컬리가 지난해 창립이래 처음 연간 조정 에비타(EBITDA) 흑자를 달성하고 올해에도 실적개선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소비부진과 중국 이커머스 공세 속에서도 실적 개선에 성공한 만큼 창립 10주년을 맞은 올해 상장 재도전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1956억원, 영업손실 18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5.7% 증가하고 영업손실은 87.3% 줄였다.
특히 조정 법인세·이자·감가상각 전 영업이익(에비타)은 전년도 1077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137억원 흑자로 창립이래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에비타는 영업활동을 통한 실제 현금 창출력과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컬리가 사용하는 조정 에비타는 에비타에서 일회성·비경상 지출을 추가로 조정해 영업활동 성과를 좀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이러한 실적개선은 성장과 내실을 동시에 추진한 투트랙 전략이 성공한 결과로 풀이된다.
컬리는 마켓컬리와 뷰티컬리가 고르게 성장해 전체 거래액(GMV)이 2023년 2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1148억원으로 12% 증가했으며, 멤버십 서비스 '컬리멤버스' 누적 가입자 수도 2023년 8월 출시 이후 지난해 9월 100만명, 같은해 12월 140만명을 넘어섰다.
내실 측면에서는 기존 서울 송파 물류센터를 폐쇄한 동시에 경기 김포·평택, 경남 창원 물류센터에 자동화공정을 확대하는 등 물류 효율성을 개선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컬리의 실적개선은 지난해 고물가와 소비부진,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해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매출 40조원을 돌파한 쿠팡과 마찬가지로 직매입 비중이 90%를 넘고, 유통 전과정에 걸친 100% 콜드체인 시스템 등 자체 물류망을 구축하고 있어 가격 및 물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컬리가 창립 10주년을 맞은 올해 상장에 재도전할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컬리는 지난 2022년 상장예비심사에 통과했지만 불황 등 여파로 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이듬해 1월 상장 무기한 연기를 결정했다.
그러나 올해는 IPO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개선을 진행 중인 컬리에게는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IPO 예상기업은 15~20개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공모 금액도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컬리는 우선 올해 실적 개선에 주력하며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컬리는 올해 본업인 마켓컬리와 뷰티컬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마켓컬리의 경우 대표 자체브랜드(PB)인 KF365와 KS365, Kurly's 등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올해 불고기 등 가정간편식(HMR) 상품군도 강화할 계획이다.
뷰티컬리는 지난해에 이어 인디브랜드 등 신상품 브랜드를 지속 발굴할 예정이다. 기존 30~40대 여성 고객을 위한 제품군을 늘리고 젊은층 유저의 신규 유입을 늘리는 한편 올해에도 멤버십 가입자를 늘리는데 힘쓸 계획이다.
업계 일부는 컬리가 에비타 흑자에 이어 영업이익 흑자 구조까지 완전히 정착시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후 상장 재도전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컬리 역시 당장 상장 재도전에 나설 계획은 없음을 강조하고 우선 실적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신중한 모습이다.
컬리 관계자는 “(IPO) 시장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는 중"이라며 “올해에는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