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성 칼럼] 정부주도의 국가 AI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3.16 10:50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AI모델의 출시 주기가 분기별 또는 연간 단위를 넘어 주간 단위로 좁혀지고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AI 기술 그 자체의 우위를 경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적 번영과 국가 안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활용하고 있어, AI 역량이 미래 국가권력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의료, 금융,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AI 기술을 개발, 채택, 선도할 수 있는 능력이 “국가 AI 경쟁력"이라고 할 때,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각각 독특한 전략을 통해 AI 경쟁 구도를 주도하고 있다. 2024년에 출범한 국제통화기금(IMF)의 'AI 준비도 지수(AIPI)'는 디지털 인프라, 인적 자본 및 노동시장 정책, 혁신과 경제 통합, 규제라는 네 가지 차원에서 174개국을 평가한다.



최근 공개된 IMF AI 준비 지수 대시보드에 따르면, 2023년 최고 성과를 보인 나라는 싱가포르(점수 0.80), 덴마크(0.78), 미국(0.77)이며, 스탠포드 HAI 글로벌 AI순위 보고서에서도 미국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와 같은 빅테크 기업과 강력한 벤처캐피털 생태계에 힘입어 AI 연구 및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한편 중국(AIPI 0.63, 31위)은 방대한 데이터 자원과 국가 주도 이니셔티브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AI 법령을 통해 “윤리적 AI"의 글로벌 표준을 설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IMF가 선진 경제국으로 분류한 한국의 경우, 2023년 데이터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AIPI 0.73(약 15위) 수준으로 상위권에 해당하지만, 세계 최상위 수준 국가들과 비교하면 경쟁에서 한 발 뒤쳐져 있다.


다만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DRAM 시장의 47%를 차지(2023년 기준)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AI 연산에 필수적인 GPU 및 AI 전용 칩셋 개발에서는 엔비디아(미국), 화웨이(중국) 등과 비교할 때 국내의 GPU나 AI 전용 칩셋 개발역량은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지적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한국은 AI 관련 특허 출원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고, KAIST와 같은 주요 연구기관들도 로봇공학, 컴퓨터 비젼, 자연어 처리, 기계 학습 분야에서 활발한 논문을 발표 중이다. 그럼에도 딥러닝이나 생성형 AI와 같은 핵심 알고리즘 연구에서 독자적,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2019년에 시작된 정부의 “AI 국가전략"은 2027년까지 70억 달러를 투자하여 2030년 AI 초강대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미국, 중국 등 경쟁국의 단일 연간 투자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 점이 문제다.




예컨대 미국은 2022년 제정된 “CHIPS 법안"을 통해 2,800억 달러를 투자하며, 이 가운데 상당부분을 AI 및 반도체 R&D에 배정했다. 중국도 2017년 “차세대 AI발전 계획"을 발표하여 2030년까지 1,400억 달러 투자목표와 함께, 2025년까지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을 AI에 투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디지털 유럽 프로그램"을 통해 2021~2027년간 년매 100억 달러 이상의 AI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현재 초기 단계의 AI 투자 생태계, 숙련된 인재 부족, 미완성 규제 프레임워크라는 세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등 첨단 제조 인프라, 대기업 중심의 R&D 역량, 빠르게 확충 중인 AI 교육 프로그램 등이 뒷받침 된다면 충분히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잠재력을 현실화 하려면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제안한다. 먼저 AI 투자 생태계의 고도화를 위해 대규모 AI 펀드를 조성하고 규제 샌드박스·세제 혜택 등을 도입하여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해야한다. 투자-연구-사업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통합 플랫폼 구축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AI 인재 양성 및 확보도 필요하다. 초·중·고 및 대학 교육과정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여 이론과 실무 역량을 겸비한 인재를 키우고 대기업·공공기관·스타트업 간 협력 트랙을 마련하고, 해외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비자제도 개선과 연구개발 특별구역 내 장학금·연구비 확충도 추진해야한다.




아울러 규제 및 윤리 프레임워크 정립하는일도 중요하다. AI 기본법을 속도감 있게 마련해 윤리·투명성·책임 기준을 확립하되, 혁신 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탄력적인 규제 모델을 적용하고 기업의 투자·적용을 가로막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반도체·제조 등 전략 산업과 AI 융합 가속화하는것도 매우 중요하다. 신경형 칩, AI 가속기와 같은 AI 특화 하드웨어 R&D에 집중 투자하여,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AI 분야로 확장하고 제조·물류·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 AI를 적용할 수 있는 사례를 발굴하는 한편 중소기업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대폭 강화해야한다. 끝으로 글로벌 인공지능 파트너십(GPAI) 등 국제협의체에서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여 '한국형 AI 모델'과 이에 기반한 가치관을 전세계에 확산해야한다. 글로벌 군사·산업 포럼에서는 안보와 윤리, 산업 표준을 망라하는 AI 거버넌스를 함께 구축해 국제무대의 표준화 경쟁에서도 우위를 선점할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렇게 정부 주도의 AI 전략이 체계적으로 실행된다면, 한국은 초기 투자 생태계 미비와 인재 부족, 규제 불확실성이라는 장애물을 극복하고, 반도체 • 대기업 R&D • 차세대 교육 프로그램을 앞세워 세계적인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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