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인수비용 7.2조 중 5조 홈플러스 명의 차입…영업익보다 이자 더 많아”
홈플러스 “이미 부채 2조 상태 차입 2.7조 불과 영업익 이자충당 수준” 반박
“대주주 투자비 회수 자산매각 강행” vs“마트 규제·코로나 때문 위기” 대립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왼쪽)와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발표에 앞서 기업회생 관련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와 관련해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5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활용했던 '차입매수(LBO)'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홈플러스 노조)는 지난 1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MBK가 홈플러스 인수 후 수익창출이 끝났다고 판단하고 기업회생 신청을 통해 홈플러스 경영에서 손을 떼고 홈플러스를 청산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홈플러스 노조는 2015년 MBK가 홈플러스 매입에 사용했던 LBO 방식을 문제삼았다.
LBO는 사모펀드(MBK)가 인수대상회사(홈플러스)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인수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상법상 배임죄 적용이 가능하지만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배임죄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법원의 판단 역시 일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2015년 당시 언론보도를 근거로 MBK가 총 7조2000억원의 홈플러스 인수자금 중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 받았고(LBO 방식), 자체조달한 자금(에쿼티)은 2조2000억원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MBK가 인수당시 발표한 2년내 1조원 투자 약속을 지키기는 커녕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인수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뽑아갔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는 자기 돈을 적게 쓰고 홈플러스가 자기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결과적으로 홈플러스와 직원들이 빚과 이자를 떠안는 구조"라며 “(LBO는) 사기에 가까운 기법"이라고 비난했다.
문제는 이같은 LBO 방식으로 홈플러스가 그동안 갚아 온 이자가 영업이익보다도 많았으며 이것이 재무건전성 악화를 가중시켰다는 점이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MBK 인수 직후인 2016년부터 지난 2023년까지 홈플러스가 지출한 이자비용 합계는 총 2조9329억원, 같은기간 홈플러스 영업이익은 총 4713억원이었다.
결국 벌어들인 돈보다 빚으로 인한 이자가 2조5000억원 가량이나 더 많았고 이를 갚기 위해 기존 점포 등 자산을 팔아야 해 지속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노조의 주장에 홈플러스 사측은 인수 당시 이미 홈플러스에 부채가 약 2조원 있었기 때문에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차입한 금액이 5조원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홈플러스 사측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자체 투자한 자금(3호 펀드)은 3조2000억원 정도이며 인수를 위한 차입금(인수금융)은 2조7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홈플러스 인수에 투입된 비용도 총 7조원이 아니라 5조9000억원이었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어 “2015년 인수 당시 홈플러스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연간 약 8000억원 규모라 차입금 이자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말해 과도한 이자비용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는 노조측 주장을 공박했다.
또한, 대주주 MBK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점포 매각 등에 주력해 온 것이 경쟁력을 약화했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홈플러스가 어려워진 주된 원인은 10년 가량 지속된 대형마트 규제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라고 외부 영업환경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법조계와 학계는 홈플러스가 주장하는 대형마트 업계의 공통된 위기상황을 인정하면서도 대주주 MBK의 책임론에 더 무게를 두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여는'의 장석우 변호사는 “계속된 부동산 매각과 점포 폐점에 따른 결과로 홈플러스의 전반적인 경제기여도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 창출도 매우 감소했다"면서 “기업형슈퍼마켓(SSM)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분할 매각한다면 대형마트 등 나머지 부문의 영업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2015년 인수 당시 이커머스가 부상하고 있던 시기였는데도 유통 전문성이 부족해 보였던 MBK가 인수에 나서 우려감이 들었다"며 “대형마트 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홈플러스의 연착륙을 위해 유연한 고용구조 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