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해제’ 영향에 자극받는 가계부채…경제성장 정체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3.16 11:51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7%로, 세계 38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7%로, 세계 38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2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영향으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격하게 뛰고 있다. 주택 투자 열기와 가계대출 비율이 지속 오름세를 보이자 경제성장과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6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7%로, 세계 38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2위를 기록했다. 비율이 더 높은 국가는 캐나다(100.6%)가 유일하다.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2023년까지 100%를 웃돌며 약 4년동안 '세계 최대 가계부채 국가' 불명예를 벗지 못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11일 발표한 최신 통계를 살펴봐도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최상위권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7%로 세계 44개국(유로지역은 단일통계) 중 5위였다. 1위는 스위스(125.7%)로, 2~4위인 호주(111.5%)·캐나다(100.1%)·네덜란드(94.2%)가 우리나라를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토허제 해제 영향으로 서울 부동산 가격과 거래량이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면서 가계대출 증가세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둘째주(1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남 3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018년 이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토허제가 해제된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중심으로 치솟은 집값이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는 조짐이 나타남과 함께 노원·도봉·강북구의 하락세도 멈춰서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4조3000억원 불어나는 등 연초 감소세던 가계부채가 다시 자극받는 듯한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신학기 이사 수요, 금리인하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금융당국 안팎의 해석이 나온다.




은행 ATM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물가와 성장 등에 초첨을 맞춘 통화정책을 펼치는 데도 제동이 걸린다. 사진은 시중은행 ATM의 모습.

가계 빚이 수년간 국가 경제 규모의 90~100%에 이르는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의 '가계신용 누증 리스크 분석과 정책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신용비율(3년 누적)이 1%p 오르면 4~5년 시차를 두고 GDP 성장률(3년 누적)은 0.25%~0.28%p 떨어진다. 더구나 가계신용이 늘어나면 3∼5년 시차를 두고 '경기 침체'(연간 GDP 성장률 마이너스)가 발생할 가능성도 통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물가와 성장 등에 초첨을 맞춘 통화정책을 펼치는 데도 제동이 걸린다. 지난해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역대 최장 기록인 13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나선 것도 치솟는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등 금융 불안에서 기인했다.


올해 역시 토허제 해제 등으로 2∼3개월 후 가계대출이 급증하게 된다면 한은이 경기 침체에도 기준금리를 낮추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지난 2분기 정치권과 시장에서 역성장(-0.2%) 등으로 인해 선제적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금통위는 금리 인하가 집값과 가계부채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계부채는 반대로 물가 등이 빠르게 올라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가계 이자 부담 급증과 대출 부실 우려를 나타낼 수 있어 금리인상에 짐이 될 수 있다.


현재로선 토허제 완화 이후 두달 정도 뒤 잔금을 치르는 시점에 가계대출이 뚜렷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예상대로라면 5월께 본격적으로 가계대출이 불어나고 집값도 뛰게 된다. 이런 현상은 금통위가 2분기나 3분기 추가로 기준금리를 낮추는 데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져 통화정책에 발목을 잡게 된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가운데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조치 완화, 서울 일부 지역의 토허제 해제 영향 등이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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