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자본 기준 킥스 도입, 130% 미달 기업多
금리 인하·할인율 제도 강화 따른 어려움 지속

▲24년 만에 자본규제 비율이 낮아지면서 보험사의 배당 여력이 커질 수 있으나, 실제로는 오히려 허들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보험업권 주주배당 여력을 늘리기 위한 자본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정책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을 둘러싼 딜레마와 업황 둔화가 맞물린 탓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올해 킥스가 170% 이상인 보험사에 한해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80%까지 적립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190% 이상인 기업만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20% 적게 쌓을 수 있었다.
일반손해보험 종목을 대상으로 적립했던 비상위험준비금 한도도 낮춘다. 금융당국은 1조6000억원 상당의 적립액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4년 만에 자본규제 비율이 낮아지는 만큼 보험사가 부담을 줄이고 배당 여력이 커질 수 있으나, 실제로는 오히려 허들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의 질' 회복을 명분으로 새로 도입하는 기본자본 기준 킥스 의무비율(130%)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그간 일정 수준의 킥스 확보를 위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이같은 보완자본은 자본금과 이익잉여금으로 구성된 기본자본 보다 빠르게 자본의 총량을 불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보험사들은 총 8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본성증권의 힘을 빌렸다. 킥스 도입 전 68조원 규모였던 요구자본이 지난해 9월말 119조원까지 급증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더해지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던 까닭이다.
이를 토대로 보험사들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평균 218.3%의 킥스를 기록하는 등 2023년 말과 유사한 수치를 냈으나, 기본자본 기준 킥스는 132.6%에 머물렀다.
기본자금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매출 확대와 유상증자가 있다. 그러나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손해율 상승 등 실적 향상을 저해하는 요소가 지속되고 있으며, 유상증자는 주주가치 하락을 야기할 수 있어 밸류업을 강조하는 기조와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설용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화재를 제외한 손보사 대부분의 기본자본 기준 킥스가 100% 이하였다고 분석했다. 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 모두 보완자본이 기본자본을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생명보험사들은 기본자본이 보완자본을 웃도는 곳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나, 크게 나을 것은 없는 형국이다. 삼성생명·신한라이프·미래에셋생명은 130%를 초과했지만, 한화생명·교보생명·동양생명은 밑돈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못한 보험사들의 재개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보면서도 부정적인 변수들을 이유로 불확실성을 지울 수 없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감소가 배당가능이익 증대로 이어지는지도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금리 인하는 보험계약부채의 현재가치 상승을 유발한다. 자산가치가 커져도 가용자본 축소·요구자본 증가에 따른 킥스 하락이 점쳐지는 이유다. 채권금리 하락으로 인해 운용자산 수익률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투자손익 개선을 앞세워 실적을 끌어올렸던 보험사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보험부채 할인율이 강화되는 것도 악재다. 이로 인해 기타포괄손익이 축소되면 자본총계도 줄어들면서 보완자본을 합한 기준에 미달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는 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한화생명·교보생명·동양생명 등의 킥스가 170% 안팎이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해상·한화손보·한화생명의 배당가능이익이 유의미하게 확보되는 시점을 2026년 또는 이후로 내다봤다. 다만, 배당 재개가 불투명했던 기존 보다 상황이 개선된 것은 맞다고 부연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완자본을 불리는 과정에서 함께 늘어가는 이자부담을 줄이는 길이 생긴 것은 다행이나, 신계약 체결이 해약환급금 준비금 확대로 직결되는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면서도 “당국이 시장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