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인텔·팹리스 연합 형성에 직면한 생존 위기
파운드리 점유율 8.1%…글로벌 경쟁력 지속 약화
반도체 실적 하락과 핵심 고객사 이탈 벼랑끝 몰려
이 회장 발언 단순한 위기론 넘어선 패권 회복 의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사내 임원들에게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을 단순한 결의가 아니라 절박한 생존 전략으로 읽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지각변동 속에서 삼성전자가 생존을 위한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만 TSMC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엔비디아(NVIDIA), AMD, 브로드컴(Broadcom) 등 글로벌 팹리스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을 모색하면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
이들은 본래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고객들이다.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을 흔들고 있는 지금, 이 회장의 강력한 메시지는 단순한 위기감 표출이 아니라, 삼성 반도체의 생존을 위한 총체적 혁신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TSMC의 인텔 파운드리 인수 시도…시장 판도 흔들리나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TSMC의 인텔 파운드리 인수 시도다. TSMC는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과 협력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부를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인수가 아니라, 반도체 시장에서 TSMC 중심의 동맹이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TSMC가 인텔 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등에 업고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대할 수 있다.
또 기존 인텔의 고객사들을 흡수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을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로서는 TSMC에 시장을 뺏길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67.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8.1%에 그치고 있다. TSMC가 인텔 파운드리까지 인수하게 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번 인수 논의에 포함된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은 원래 삼성전자 입장에서 파운드리 사업의 잠재 고객이다. 이들이 경쟁사와 손잡고 북미 지역에 거점을 세우려는 시도는 삼성전자에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는 과거 엔비디아의 GPU 칩을 생산한 경험이 있지만, 최근 엔비디아는 TSMC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다. AMD와 브로드컴 역시 TSMC를 주요 파운드리 파트너로 두고 있다.

▲인텔 로고. 사진=연합외신
삼성 DS 부문의 실적 악화…'위기의 본질'
삼성전자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DS(Device Solutions) 부문은 전체 실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전체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4년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조49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9.3% 감소했다. 이는 반도체 업황 반등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TSMC와의 경쟁, 중국 업체들의 시장 잠식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은 수율 문제로 인해 대형 고객사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을 본격적으로 도입했지만, TSMC와 비교해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규 고객사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도 도전 과제가 산적해 있다. 중국 YMTC, CXMT 등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레거시 반도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메모리)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 확보에 실패한 상황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 중이지만 미국의 통상압력 강화로 향후 사업성도 불투명하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인해 시장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결국 지난 2024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전체 매출은 111조원 수준으로, TSMC의 128조원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13%대에 그치지만, TSMC는 40%대에 달한다.
반도체 부문이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임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실적과 수익성 차이는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TSMC 로고. 사진=연합외신
이재용 회장의 '사즉생' 발언…새로운 생존 전략 나올까
결국 이재용 회장의 '사즉생' 발언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현실적이고 급박한 위기 신호로 해석된다.
TSMC가 인텔 파운드리를 인수하고, 삼성전자가 확보해야 할 고객사들이 TSMC와 협력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업의 독립성을 확보해 고객사 신뢰를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LSI(반도체 설계) 사업을 함께 운영하다보니 파운드리 고객사인 팹리스 기업들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어, 고객사들이 기술 유출을 우려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런 이유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입장에서 파운드리 사업의 분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존재한다.
파운드리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로, 생산라인 구축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 규모로는 독립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이 회장도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의 분사에 대해 관심이 없으며, 해당 사업을 성장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파운드리 사업의 분사보다는 내부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 우선시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 회장의 강한 메시지가 내부 혁신과 전략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