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판매사로 향하는 화살…숨죽인 증권사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3.20 10:06

전단채 투자자들 '불완전 판매' 의혹 제기 일파만파

“우리도 피해자"…증권사들, 조용히 내부 전수조사

“김병주 MBK 회장 사재출연? '면피용' 발언일 뿐"

판매사 각개 시스템 정비 불가능, 정부가 주도해야

홈플러스

▲홈플러스 물품구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자들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피해자 긴급 간담회'에서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하고 원금을 조속히 돌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장하은 기자]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확산하는 가운데, 비난의 화살이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판매사들을 향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며 주관사인 신영증권을 비롯한 판매 증권사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ABSTB의 총 규모는 4020억원으로 이는 무담보 채권의 형태로 발행됐다. 신영증권이 주관을 맡았으며, 하나증권·NH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현대차증권·SK증권 등 총 9여곳 증권사를 통해 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됐다.


이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위험 고지가 이루어졌는지가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사들이 판매 과정에서 위험 요소에 대한 충분한 안내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 하락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홈플러스의 재무상태 악화 가능성과 그에 따른 투자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투자를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논란이 확산되자 증권사들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내부적으로는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언급을 피하는 모습이다. 일부 증권사 관계자들은 '우리도 피해자'라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MBK파트너스에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사태가 일단락되기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불완전 판매 여부에 대한 논란이 확산할 것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대다수 증권사들이 현재 내부적으로는 전수조사를 실시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대비하고, 자체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 권유가 영업의 영역이다 보니 현재로써는 불완전 판매가 100% 없었다고 확답을 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DLF, 라임펀드사태 등 큰 이슈가 있었던 만큼 불완전 판매 건수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민원도 있고 금융당국 조사도 예정된 만큼 내부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금융당국은 MBK파트너스와 ABSTB 발행사인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에 대한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주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에 이어 전날에는 MBK에 대한 조사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홈플러스 사태 의혹들을 확인하기 위해 핵심당사자인 MBK에 대해 금융투자검사국이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 사재 출연 면피용, '투자자 피해' 불가피…불완전 판매 논란,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필요

김 회장의 사재 출연에 대한 외부 시각은 회의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한 면피용 발언으로 보고 있으며, 실제로 수천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실행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또한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완 장치 마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의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인해 홈플러스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직고용 인원 2만명, 1800여 개의 협력업체, 7000여 개의 입점 테넌트, 그리고 다수의 투자자들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로 인해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협력업체와 입점 업체들의 경우, 미수금 회수와 향후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의 금융채무 상환은 유예된 상태이며, 일부 금융채권은 상환 불능 상태로 전환됐다. 가입한 개인투자자들은 금융채권으로 분류된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투자자들의 주장대로 ABSTB가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되면, 협력사들과 동일한 변제 우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시일이 걸리겠지만 원금보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금융채권으로 분류되면 원금 회수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한 투자은행(IB) 전문가는 “MBK가 홈프러스의 소유권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김 회장의 사채출연은 일단 면피용 발언인 것으로 해석된다"며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 여부가 중요할텐데, 입증은 투자자가 해야 한다는 점에서 원금 회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의 불완전 판매 이슈는 기업과 규모만 다르지 형태는 같다"며 “판매사가 알아서 하나하나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정부가 제도적으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신청을 전후한 자금 조달을 둘러싸고 신영증권과 MBK파트너스가 국회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신영증권 측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 측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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