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서강대 경영 교수 “1기 때처럼 강력한 관세 정책 가능성↑”
“환율 리스크·중국 내수 주도 성장·공급망 최적화 대응 전략 필요”
日 2PL, 3PL로 전환…한종길 성결대 교수 “‘규모의 경제’ 입각”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트럼프 2.0 시대 물류 정책의 변화와 시사점'을 주제로 발언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호 무역주의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블록화에 대한 우려가 해운·물류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물류 산업의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세미나가 열렸다.
24일 한국통합물류협회는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안태준·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트럼프 2.0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해운·물류 대응 전략'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비롯,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재관 의원,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관계자, 학계·업계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해 심화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해운·물류 산업의 대응 과제를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현재 고율 관세 정책과 해외 생산 기지가 자국으로 이전하는 '리쇼어링' 현상 강화가 동시에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글로벌 물류 노선의 재편과 함께 한국의 수출입 흐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안태준 의원은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민간 물류 네트워크의 활용 확대와 관련 인프라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정부가 법과 제도를 통해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진 의원도 “평택항은 2600만명이 모여 사는 수도권의 모항이자 제조업을 떠받치는 물류 거점"이라며 “평택항만공사가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는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어 해운·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회의 역할도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트럼프 1기 정책을 복기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는 무역 적자 해소 차원에서 2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각각 25%, 10%의 관세를 물렸다"며 “트럼프 2기도 기본적으로 교역 불균형을 해결해기 위해 동일한 기조로 강력한 관세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제조 경쟁력을 높이겠지만 한국은 △수출 물량 감소 △물류 노선 변경 △유럽연합(EU)과 다른 친환경 규제 방식 등 복합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2.0 시대에는 환율 리스크와 중국의 내수 주도 성장에 대응하고,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물류 변화에 대한 대응책과 공급망 최적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종길 성결대학교 글로벌물류학과 교수가 '안정적인 수출입 해상 물류를 위한 정책 지원 방안'을 주제로 발언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한종길 성결대학교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국내 물류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제3자 물류(3PL) 기업 육성과 관련 법·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3PL은 화주로부터 보관·운송·포장·통관 등 물류 업무 전반을 외주로 위탁받아 수행하는 전문 물류 서비스 업체를 의미한다.
2PL은 단순 운송·보관을 맡기는 데 그치는 반면, 3PL은 전체 물류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물류 파트너'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3PL은 비용 절감·공급망 유연성·디지털 전환 측면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산업 구조를 갖춘 일본에서는 1960년대에 이미 소니·히타치·토요타 등 유수의 대기업들이 2PL을 끼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며 모두 3PL로 전환했다.
한종길 교수는 “세계 해상 운송 시장은 메가 캐리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나, 한국은 여전히 자본금 5억 원 이하의 소규모 포워더가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상태로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할 수 없어 규모의 경제에 입각해 산업을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제3자 물류업을 신설하고, 행정·재정적 지원과 실태 조사를 통해 산업을 체계화해야 한다"며 “특히 미국 동·서안 항만에 한국 선사의 전용 터미널을 확보하고 글로벌 포워더와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외국계 물류업체에 대한 상호주의 적용 등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미나 좌장을 맡은 이헌수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명예교수는 “트럼프 2기가 가져올 변화는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지만 그만큼 기회도 공존한다"며 “이럴수록 빠른 회복과 유연한 적응 역량을 갖추는 것이 기업과 정부의 경쟁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