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태양광 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것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4.01 10:59

신동한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신동한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신동한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이사

대개의 산업 분야에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 규모의 경제는 투입규모를 키워 생산량을 증가시킴에 따라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개별 기업들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몸집을 불리고 몇몇 산업 분야에서는 소수의 기업에 의한 독과점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현대 산업사회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사회가 되었고 이를 위해 중앙집중형 관리체제가 발달해 왔다.




그러나 모든 산업 분야가 대량 생산과 관리 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산업 분야는 자연이나 사회 환경의 제약에 의해 다수의 소생산자가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를 이루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벼농사가 대표적이다. 벼농사는 무논에서 짓는다. 호남평야의 대농이나 서산간척지의 현대농장 같은 경우는 기업 경영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1만평방미터 이하의 소농이 경작하였다. 각지에 산재하는 무논을 대규모로 경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주식인 쌀을 생산하는 벼농사는 자가 소비도 중요하다. 따라서 벼농사는 다수의 소생산자가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가 유지되어 왔으며 정부는 소생산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소농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정책이 쌀 수매 제도이다. 일제 강점기에 시작한 쌀 수매제도는 당초 부족한 쌀 수급을 위한 강제 공출이었지만 1970년대 이후 개량 품종에 의해 쌀 생산량이 늘어나고 수입이 강요되면서 생산비를 밑도는 쌀 가격을 보전하여 쌀 생산 농가를 보호하는 정책으로 운영되어 왔다. 농가의 입장에서도 수시로 변하는 시장 가격에 휘둘리지 않고 정부나 농협에서 일괄 구매해주는 방식이 가장 간편하면서도 유익한 제도였다.



현재 식생활의 변화와 쌀 생산량의 증대로 제도의 변화에 대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단 다수의 소생산자가 참여하는 산업에서 소생산자를 보호하는 제도로는 생산비를 보전하는 가격으로 정부나 공적 기관에서 일괄 구매하는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고 유용하였다는 점을 기억하고 가자.


현재 산업 분야 중 다수의 소생산자를 참여시켜야 하는 곳이 바로 태양광 발전이다. 태양에너지는 모든 곳에 골고루 주어진다. 위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낮 시간 동안 지표면 1평방센티미터에 1분 당 1칼로리 정도의 태양에너지가 도달한다고 한다. 태양광 발전은 이렇게 지구에 주어진 태양에너지를 바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태양광 발전이 확대되려면 보다 많은 소생산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모든 건물의 지붕과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야 하며 여유 공간을 가진 사람들은 작은 발전소를 세울 수 있다.




이렇게 생산한 전기는 자가소비도 하고 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할 경우 한전에 판매할 수도 있다. 3~5kW 용량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집에서 쓰는 전기는 충당할 수 있다. 20~30kW 용량 이상의 태양광 설비를 할 수 있다면 발전사업자가 되어 한전에 전기를 판매할 수 있다. 대규모 토지가 있는 경우, 예를 들어 간척지나 유휴 염전 등에는 MW급의 대형 발전소도 설치할 수 있다. 새만금 간척지에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가 들어서고 있으며, 전남 신안군이나 경북 봉화군의 경우 기획 단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분양하거나 협동조합으로 참여하게 하여 주민 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태양광 발전 산업은 다수의 소생산자들이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소생산자들의 참여를 용이하게 하고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기 전에는 생산비를 보전해주는 것이 긴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2003년 기준가격의무매입제(FIT)를 도입하였다가 2012년 부터는 의무공급제(RPS)로 변경하여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촉진해 왔다. FIT는 쌀 수매 제도와 같은 방식이다. 정부에서 규모에 따라 기준가격을 정해 한전에서 일괄 구매하는 것이므로 소생산자들이 참여하기에는 가장 편리한 방식이다.


그런데 RPS는 생산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따라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발급해준 인증서(REC)를 판매하여 생산자 스스로 수익을 내야 하는 방식이다. 이 인증서를 현물시장이나 계약시장에서 판매해야 하니 전업 발전사업자가 아니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에서는 이번에 RPS 제도를 폐지하고 지원 정책을 조정하려고 하고 있다. 그동안 태양광 발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도 많이 낮아져 대규모 발전사업의 경우 프리미엄 가격 또는 차액지원 등의 형태로 입찰제를 실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 태양광의 확대는 이런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소생산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생산비가 보장되는 방식의 지원 정책이 아니라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 확대하겠다고 한 국제사회에서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산업 생태계에 대한 정부 당국의 균형 잡힌 시각이 절실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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