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지 두 달이 넘었다.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던 사람이 미국의 에너지 및 환경 정책을 제시하기 시작하면서 그 방향과 영향에 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취임 첫 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화석 연료 개발 촉진을 목표로 다양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환경 정책 철회, 국제 기후금융 중단, 국내 청정 에너지 지원 중단, 인허가 절차 개선 및 에너지개발 저해규정 재검토 등 에너지 개발 촉진에(특히 석유·가스 탐사 확대) 대한 요구이다.
취임 후 쏟아 내는 행정명령 등 정책 발표들은 취임 전 공약집과 선거유세시 발언 그리고 주요 인선까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분야별 전망을 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국제협력 분야에서는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및 국제기후금융계획 철회로 국제사회내 기후협력 약화는 불가피하고, 트럼프의 반기후정책에 동조하는 다른 국가들이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 직후 부산에서 개최된 UN플라스틱협약이 성안에 실패한 것도 사우디나 러시아 등이 감축합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었고, 지난 2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가 협의체(IPCC) 보고서 참여를 금지하고 미국국제개발처(USAID) 직원 2,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하더니, 3월초 개도국 에너지전환 파트너쉽 탈퇴도 선언했다. 다만, 3월초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정부의 대외원조 동결 행정명령 관련 완료된 업무에 대한 대외원조는 지속될 수 있도록 임시제한명령을 내려, 향후 트럼프 정책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미국내 기술별 차등화가 심화될 것이나, 글로벌 청정에너지 시장에 대한 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당분간 미국내 화석연료나 원자력은 증가하고 해상풍력은 대폭 감소하는 등 기술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이다. 지난 2월 루이지애나 및 텍사스 LNG 수출 프로젝트가 승인되었고, 3월초 LNG수출 관련 18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도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세계 재생에너지 신규설치 용량이 500 GW 에 육박하는데 이 중 미국의 비중이 6% 남짓이기 때문에 글로벌 추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내에서도 절반 이상의 주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그 중 공화당이 우세한 주에서도 연방 정부의 청정에너지 지원 혜택을 많이 받고 있어서, 연방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 해상풍력을 제외한 나머지 청정에너지 보급을 대폭 축소하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환경 분야의 경우, 연방정부 차원의 기후공시 의무화는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뉴욕주에서 발의된 기후공시 의무화 법안이 제정될 경우, 캘리포니아주와 함께 미국 대기업 90%가 사실상 기후공시 의무화 대상이 된다는 전망도 보도되었다. 또한, 바이든 정부의 주요 환경 정책이 철회되면서 메탄/자동차/발전소 배출기준은 대폭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청정기술 관련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EU가 시작한 탄소국경조정에 대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중국과 공정경쟁을 목적으로 미국도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현직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탄소국경세 도입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기도 했고, 지난 2년간 다수의 탄소국경세 법안이 발의되었기도 했다. 지난 12월에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기존에 발의한 탄소국경세 법안인 Foreign Pollution Fee Act에 대해 수정안을 공개했다. 기존에는 16개 품목(알루미늄, 철강, 시멘트 등)에 대해 배출량을 기준으로 수입관세를 부과하던 내용이었는데, 이를 15%+ 관세율을 적시하고 대상을 알루미늄/시멘트/철강/비료/유리/수소 등 6개로 한정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트럼프 2기 기후정책은 이제 드러나기 시작했고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속도나 강도는 여전히 불확실한 측면이 많지만, 그 방향은 선명하다. 한마디로 환경과 무관하게 싼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뉴튼의 운동법칙 중 제3법칙이 작용반작용의 법칙인데, 이는 모든 작용에 대해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반작용이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향후 기후정책이 구체화되면서 그 속도나 강도에 대한 전망은 아무래도 이 법칙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