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증권신고서 대주주 합병 관련 공시
대주주 승계에 선 긋고 외부 자금 조달에 집중
한화그룹 승계·계열분리 작업은 우선 일시정지

▲(왼쪽부터)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한화그룹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성공을 위해 승계 작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에 '대주주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을 하지 않겠다'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대주주 일가의 승계와 무관하기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목적이라는 점을 시장에 납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김승연 회장의 지분 증여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였던 한화그룹의 승계와 계열분리 작업은 결과적으로 잠정 중단하게 됐다.
◇한화에어로, 대주주 합병 여부 공시…승계 관련 의혹 정면돌파
9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현재의 지배구조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굳힌 것으로 파악된다. 전날 한화에어로가 유상증자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정정 공시하면서 원본에 없었던 최대주주의 지배구조 재편 관련 사항을 추가 기재한 것으로 한화그룹의 입장을 살펴볼 수 있다.
한화에어로는 공시를 통해 '㈜한화와 한화에너지 간의 합병은 검토하고 있지 않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이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에 대해 공시에까지 기재한 것은 최근 시장에서 승계 관련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것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 유상증자와 한화에너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여러 우려와 비판이 커지자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선을 긋고 외부 투자금 조달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화에너지 IPO와 맞물려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던 한화그룹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도 잠정 중단됐다. 앞서 지난달 31일 김 회장이 보유해왔던 ㈜한화의 지분 22.65%의 절반인 11.32%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등 아들 삼형제에게 증여했다. 이를 통해 삼형제가 보유한 ㈜한화 지분율은 직·간접적으로 42.67%까지 늘어나게 됐다.
재계에서는 승계의 첫 단추를 이행한 만큼 다음 단계인 계열분리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형제가 한화에너지 IPO를 통해 일부 구주를 현금화하고 상장 이후 ㈜한화와 합병해 계열분리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에너지→㈜한화 지배구조 한동안 유지…수면 아래서 새로운 방식 준비
이는 최근 한화그룹이 '한화에너지→㈜한화→계열사→증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계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주요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한화를 인적 분할해 삼형제가 서로 개별적으로 주요 계열사의 지배권을 확보하는 계열분리 절차가 필요하다.
만약 한화에너지와 ㈜한화가 합병 후 인적분할을 진행한다면 훨씬 간단하게 계열분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양사의 합병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삼형제는 여전히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된다. 이 경우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한화에너지 분할 등의 훨씬 더 복잡한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이에 한화그룹은 계열분리 절차가 훨씬 복잡해진 지금 상황에서 일단 승계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지금의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김 회장이 11.33%의 ㈜한화 지분을 보유하고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승계를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처럼 김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에서 그룹 경영을 이끌고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이 각각 한화생명과 한화갤러리아에서 각각 금융과 유통·레저 계열사를 살피는 형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향후 한화그룹의 승계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합병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준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에서 있어 법과 규제에 맞춰 원칙적인 방식으로 임하고 있다"며 “㈜한화 지분 등의 꾸준한 매입과 대주주간 투명한 증여 등을 통해 시장의 신뢰에 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