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전기요금구조와 체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4.15 10:59

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

이창호 교수

▲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

국제무역 질서가 요동치면서 에너지 시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러-우 전쟁의 영향으로 3년 전 시작되었던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이번에는 반대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변수가 많아 단기적 현상만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뜬금없이 나타나는 외부적 충격은 에너지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된다. 그동안 차츰 안정을 찾아가던 에너지 시장과 가격이 또 다시 커다란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변동은 국가 에너지소비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전력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복합적이다.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2018년 이후 kWh당 60∼80원 내외에서 오르내리던 전력시장가격이 2022년 발발한 러-우 전쟁의 여파로 급등하기 시작하더니 그해 연말에는 kWh당 270원 수준까지 폭등하였다. 2023년 4월 이후 150원대로 하락한 후 최근 들어서는 110원대까지 낮아졌다. 2022년부터 급등한 국제유가로 인해 유발된 전력시장가격의 급등이 전기요금에 즉각 반영되지 않아 한전의 적자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한전 적자가 수년간 누적되어 2022년에는 영업적자만 33조 원에 이르렀고, 2021년∼2023년 3년간의 영업적자는 43조원 가까이 되었다. 그동안 누적된 한전의 누적적자 또한 2023년에는 200조원에 이르러 심각한 경영상의 우려를 낳게 하였다.


이처럼 누적된 한전의 적자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2023년 이후에만 4차례 걸쳐 인상되었으며, 그 결과 한전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되었고 작년에는 약 8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발생하였다. 만약 지금과 같은 유가가 유지된다면 한전 흑자는 올해도 지속되겠지만, 속단하기는 어렵다. 한전의 적자나 흑자 여부는 한전의 구입비용과 판매요금간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한전은 전력시장에서 전기를 구입하여 송배전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팔고 전기요금을 받는다. 이때 사는 비용이 높거나 파는 요금이 낮으면 적자고 반대면 흑자다. 물론 여기에는 전력시장의 효율성이나 요금구조 문제 등 들여다봐야 할 요인도 적지 않다.



문제는 한전의 구입비용과 전기요금 간에 발생하는 차이를 조정해줘야 하는데 그 시기와 조정폭을 아무도 알 수 없다는데 있다. 전기요금 조정이라는 정책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시장가격은 매시간 변동하고 구입비용 또한 정산과 조정절차를 거치더라도 단기간에 반영되는데 반해, 이를 전기요금으로 조정하기까지는 통상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유가연동제도 있지만 이 또한 제한된 역할에 그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는데는 소비자의 부담, 산업체의 영향 등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들 잠시 뒤로 늦출 뿐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특히, 요금 인상 과정에서 용도별 수준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다 보니 정작 공급원가와는 역행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산업용 요금은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주택용의 60% 수준이었으나, 2020년 이후 급격히 오르기 시작하여 현재 대규모 산업용 요금은 kWh당 183원으로 업무용이나 주택용보다도 높다. 이러한 구조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산업용 요금의 급격한 인상이 역설적으로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체로 하여금 자가발전설비와 같은 분산형 전원의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높아진 요금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겠다. 앞으로 전력망 문제 등이 단 시일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역간 수급불균형을 줄이고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전이 적지 않은 영업흑자를 기록했던 때도 있다. 요금을 올리니 인상요인이 사라져 버려 예상치 않게 흑자가 되기도 한다. 2013년∼2017년 5년 동안에는 무려 35조 6천억원의 흑자를 기록하였다. 여기에 본사 매각대금 10조원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지금보다 절반 수준이었던 당시의 전력산업 매출액을 고려한다면 대규모 흑자이다. 당시 남은 돈은 이후 전력산업의 발전을 위해 남겨지지 못하고 각종 펀드조성, 보조금, 학교 설립, 전기 복지사업과 같은 용도로 소진되 버렸다. 원칙대로라면 구입비용의 감소폭 만큼 높아졌던 요금을 즉시 낮추어야 하지만, 한번 오른 요금을 낮추기란 쉽지 않다. 이제 만약 다시 흑자가 지속된다면 이번에는 어떻게할 것인지 정해진 규칙이 없으니 여전히 알 수 없다.




이처럼 흑자와 적자의 반복되는 현재의 후진적인 요금시스템을 언제까지 방치할것인가? 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기요금을 객관적 중립적으로 관리하는 선진국형의 '요금조정메커니즘'을 제안한바 있다. 이렇게 하면 주기적으로 요금 변동요인을 반영하게될 것이며, 대규모 전력소비자는 자신의 지불해야될 에너지비용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불확실한 요금체계를 지속하는 것은 실익이 없으며 소비자 후생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 얘기가 나올 때 마다 등장하는 물가안정이나 민생과 같은 구호는 결과적으로 기형적인 요금구조로 이어졌을 뿐이다. 요금구조와 체제의 변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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