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기존 은행 체계로는 녹색투자 한계
정부·민간 공동 출자 녹색금융사 설립, 점진적 민영화
시장 실패 영역은 공공, 수익성 부분은 민간이 맡아야
국내 공급망 육성 않으면 외국에 의존, 생태계 조성 필요

▲17일 국회 제4간담회의실에서 국회 민생경제와 혁신성장포럼 주최, 박지혜·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주관으로 '녹색산업 성장전략과 녹색투자 활성화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윤수현 기자
민주당이 차기 정권에서 추진할 '녹색경제 플랜'의 밑그림이 공개됐다. 기존 산업 중심의 투자 구조를 탈피해 녹색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전환하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 시스템 개편 구상이 제시됐다.
특히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이 참여하는 '녹색투자 금융사' 설립 구상도 논의돼 눈길을 끌었다. 기존 산업은행 체계에 대한 한계 지적과 함께, 장기·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녹색산업의 특성상 별도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7일 국회 제4간담회의실에서 국회 민생경제와 혁신성장포럼 주최, 박지혜·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주관으로 '녹색산업 성장전략과 녹색투자 활성화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민주당 정책 네트워크와 실무 전문가,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차기 정권의 녹색산업 전략과 금융지원 체계를 놓고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갔다.
박지웅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녹색금융 체계에 대한 평가와 혁신 방안' 주제 발표를 통해 “산업은행, 기은 등 기존 금융기관 체계만으로는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대규모 녹색 투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민간이 초기 자본금부터 공동 출자하는 방식의 순수 투자형 녹색금융사를 별도로 설립해, 점진적으로 민간 중심 구조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정책금융은 전략산업의 마중물"이라며 “정권교체가 된다면 현 체계를 보완해 완전히 민간 주도의 금융시장 구조를 녹색산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민주당 차원에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도 “기존 산업은행 체계는 여전히 고탄소 산업을 주로 다루고 있다. 내부적으로 이해충돌이 있는 구조에서 녹색 투자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며 별도 녹색금융기관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해상풍력 등 대규모 사업에서는 주민 수용성 확보가 관건"이라며 “공공이 직접 투자하고 주민 펀딩을 통해 이익을 공유하면 지역 갈등도 줄이고 사업도 더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투자자의 현실적 한계도 지적됐다.
최원진 JKL파트너스 부대표는 “녹색산업이라 해도 수익이 안 나면 민간 자금은 들어가기 어렵다"며 “정치적으로 '좋은 산업'이 아니라 실제 돈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기술적 불확실성과 규제로 리스크가 큰 분야, 예컨대 폐배터리 재활용이나 데이터센터 기반 전력 인프라 같은 데는 공적 자금이 먼저 들어가 '데스밸리'를 넘어가야 민간도 들어갈 수 있다"며 “시장 실패 영역은 공공이, 수익성 있는 부분은 민간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 역시 공급망 구축과 국내 산업 생태계 육성에 힘을 실었다.
이경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과 과장은 “정부가 재생에너지와 수소 산업 등 핵심 녹색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지만, 국내 공급망을 육성하지 않으면 결국 외국 기술·소재에 의존하게 된다"며 “단순히 투자금만 늘리는 게 아니라 국내 부품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