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산그룹 사례와 유사
증권신고서 정정 4개월 소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1사업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가 다시 한 번 금융감독원의 벽에 부딪치면서 향후 3~4개월 가량 심사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하반기 글로벌 방산 사업 기회를 앞두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행보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 재차 신고서 정정 요구…의사결정·주주 영향 설명 필요
19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금감원의 정정 요청 사항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1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처음으로 정정을 요구했다. 이어 지난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다시 정정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재차 정정을 요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에 발표했던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줄어든 유상증자 금액 1조3000억원에 대해서는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에게 제3자 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긴급하게 미래비전 전략 설명회를 열고 수정된 유상증자 계획과 향후 전략을 공유했다.
다만 금감원은 이 같이 유상증자 계획이 변경될 때까지 이사회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조달 방식이 수정되는 과정에서 어떤 의사 결정이 이뤄졌는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제3자 배정으로 조달 방식을 변경하면 회사와 주주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증권신고서에 기재돼야 하고, 그 내용이 주주에게 전달될 수 있는 소통과정 등의 절차를 지켜줘야 한다"며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관계없이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두산그룹 상황과 유사…증권신고서 정정 장기전 가능성
금감원이 재차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한화 역시 지난해 두산그룹과 유상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7월 두산에너빌리티의 일부 사업 부문과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신설 법인으로 분할한 이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된 신설법인과 로보틱스 사이의 합병비율, 로보틱스와 밥캣의 주식교환 비율 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금감원도 합병비율 산정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7월과 8월 두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두산은 해당 증권신고서를 철회한 이후 10월 절충안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우선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 비율도 기존 1대 0.0315에서 1대 0.0432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금감원은 통상 열흘 정도 걸리던 증권신고서 심사를 한 달 가까이 끌며 장고했지만 결국 지난해 11월 22일 증권신고서를 승인했다. 두산그룹이 7월 15일 최초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6차례에 걸쳐 정정을 반복하며 심사에만 4개월 이상을 소요한 것이다.
당시에도 이 원장은 “두산그룹의 증권신고서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기재되어 있는지를 서두르지 않고 볼 것"이라며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액주주 보호 문제가 불거졌다는 매우 유사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한화그룹도 두산그룹처럼 장기간에 걸쳐 증권신고서 정정 과정을 밟아갈 가능성이 높다.
◇부채 비율 지속적 악화…방산 사업 활황 속 약점 될 수도
문제는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느라 시간을 소요할수록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재무 리스크 개선 시점이 지연된다는 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채총계(별도 기준)는 2021년 말 3조493억원에서 지난해 말 13조8431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45.84%에서 393.05%로 247.21%포인트(p) 악화됐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잠시 멈췄지만 글로벌 방산 물자 수요는 당분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러시아와 가까운 동·북부 유럽, 남중국해 인근 대만·동남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서 수주를 추진해야할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유럽연합(EU)은 방위 분야에 8000억 유로(한화 약 1229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추가 지출하겠다며 방위백서를 발표했다. 백서에는 2029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증액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국내 방산기업들의 수주 호기로 분석된다.
그러나 방산 산업의 특성상 입찰 등에서 재무 기준에서도 보수적인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는 자칫 재무리스크 개선이 늦어진다면 수주 호기를 놓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재차 정정을 요구한 것을 감안하면 증권신고서 심사에 상당한 오랜 기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는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싶을 텐데 상당 기간 계획이 지연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