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 인정자수 대비 시설 정원 10.8%·전국 절반 수준
KB 이어 삼성·하나 등 시장 진출 모색…노인복지법 걸림돌

▲KB골든라이프 평창카운티
생명보험사들이 요양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업을 단순 보장에서 고객의 건강한 삶과 함께하는 동반자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함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내 양질의 장기요양시설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시너지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22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 장기요양 인정자 수 대비 시설의 정원 비율은 10.8%로 전국 평균(22.4%)을 크게 밑돌았다.
베이비붐·포스트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로 2014년부터 10년간 장기요양 인정자 수가 연평균 8.9% 증가한 반면, 시설 수는 1.1% 줄어든 영향이다. 2016~2022년 폐업한 시설의 10%(457곳)이 서울에 몰린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입소자의 주거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규정이 오히려 어르신들의 보금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인복지법은 10인 이상의 장기요양시설 설치시 설치자가 토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확보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0인 미만 시설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것도 해당 규정에 기인한다.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 대규모 시설을 보유할 수 있는 사업자가 적기 때문이다.
송윤아 연구위원은 △대도시 소재 △개인 운영 △소규모 시설의 조기폐업 가능성이 높은 점도 우려했다. 장기요양보험의 시설급여 비용이 소재 지역을 불문하고 동일하게 책정되면서 수익성 향상을 저해하고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시설의 요양 품질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경향을 보인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장기요양시설을 평가한 결과 개인이 운영하는 정원 10인 미만 시설 중 A(우수)~B(양호) 등급을 받은 비율이 25.6%에 머물렀다.
업계가 최근 여당을 만나 장기임차 사업자를 대상으로 요양사업 문호를 넓히는 등 소유규제 완화를 건의한 것도 이같은 상황과 맞물렸다는 평가다.
KB라이프를 필두로 생보사들이 요양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나,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차원의 지원사격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금융당국이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사의 자회사·부수업무 관련 규제 완화를 논의한 것도 활력을 불어넣을 요소다.
KB라이프는 2023년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하고 '평창카운티(서울 종로구)'도 조성했다. 또한 위례데이케어센터를 비롯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 강동·은평구와 경기도 수원(광교) 등 수도권 곳곳에 '요양 빌리지'를 세운다는 전략이다.
안정적인 인력 공급을 위해 서울시50플러스 재단과 손잡고 요양보호사·조리사·사회복지사 등도 육성한다.
신한라이프도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통해 지난해 경기도 성남시에 분당데이케어센터를 오픈했고, 하남 미사 요양원도 하반기 문을 열 예정이다. 현대건설이 2027년 개소 예정인 '은평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참여하는 등 파트너십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생명 역시 홍원학 대표가 주주총회에서 시니어리빙(요양) 사업 본격화를 천명했다. 삼성생명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노블카운티'를 소유하고 있으며, 요양 사업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도 비즈팀으로 격상시켰다.
곧 출격하는 하나생명의 요양사업 자회사도 데이케어센터를 비롯한 시설을 확보할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요양권 비용을 보장하는 특약을 신설하는 등 토탈 케어를 위한 행보도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구조 변화 및 종신보험 선호도 감소를 비롯한 비우호적인 매크로 환경에 직면한 보험사로서는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고령자와 가족들은 안정적인 케어 시설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