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연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로마의 장식 없는 무덤에 묻어달라는 유언이 21일(현지시간) 공개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은 이날 교황의 유서를 공개했다. 2022년 6월 29일 작성된 유서엔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의 지하에 특별한 장식 없이 간소한 무덤에 묻어달라는 요청이 적혔다.
교황은 유언에서 “나의 세속적 삶의 일몰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영원한 삶의 생동감 있는 희망과 함께 나의 매장 장소에 대해서만 유언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또 “나의 육신이 부활의 날을 기다리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서 쉬도록 하기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도표까지 첨부해 무덤의 정확한 위치를 지정했다. 또 장례식 비용은 미리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덤이 반드시 지하에 있고 단순해야 하며 특별한 장식 없이 오직 자신의 라틴어 교황명(Franciscus)이 적힌 비문만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언을 마무리하며 교황은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해 계속 기도할 사람들에게 마땅한 보상을 주시기를" 주께 요청했다.
통상 교황은 사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 안장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지막 안식처로 선택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그가 사랑했던 성당으로 자주 찾던 장소다. 2013년 즉위한 지 만 하루가 되기 전에 이곳을 방문해 성모 마리아 성화 앞에서 기도했고 생전 인터뷰에서 이곳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교황은 사후 바티칸 외부에 안장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되는 교황으로는 1669년 이후 처음이다.
또한 교황청은 지난해 개정한 교황 장례 전례서에서 교황의 시신을 안치하는 관을 삼중관에서 목관 1개로 줄이는 등 교황 장례 예식을 대폭 간소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교황청은 이날 저녁 바티칸 내 교황의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입관이 이뤄지고, 이르면 23일 오전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져 일반 조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청 대변인은 장례식이 오는 25~27일 사이 거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최근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해 회복하던 중 이날 오전 88세로 선종했다. 교황청은 뇌졸중과 그에 따른 회복 불가능한 심부전을 사인으로 발표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립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종한 교황을 애도하기 위해 이날 미국의 공공건물에 조기 게양을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인에 대해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며 “그는 열심히 일했고, 세계를 사랑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