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농협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
시중은행·인뱅 합세해 국가 간 송금 테스트도
금융방식 변화에 은행권, 신사업 기회 기대감
한은 “통화정책 전파 경로 약화” 등 보수적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을 추진한다.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나서면서 가상자산의 실물 경제 활용이 보다 가까워지고 있다. 은행은 발빠르게 각종 실험에 나서며 신사업 활용점을 모색 중인 가운데 일각에선 아직까지 금융시장 불안정 등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은 상태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을 추진한다.
업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오픈블록·DID협회는 지난 24날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신설했다. 해당 분과에는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BK기업·Sh수협 등 은행권을 비롯해 금융결제원 등이 참여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원화, 달러 등 법정화폐와 1대 1로 가치가 고정된 가상자산 중 하나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기존 가장사산은 변동성이 높은데 반해 가격 안정성을 지닌 게 특징이다.
협회는 신설된 분과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국내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필요한 개념검증 사업 추진, 실증데이터 축적 등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은행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민간 차원의 대응방안을 마련한다.
이미 은행권은 디지털자산 활용을 본격화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10일 신한은행, 농협은행과 케이뱅크 등은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가 간 송금 테스트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용 절감이나 처리 시간 단축, 결제 안정성 확보 등 법적·기술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려는 목적이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연구소 등에서 국가별 가상자산 입법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등 스테이블코인 거래 플랫폼 구축을 위한 준비에 나서기도 했다.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처럼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이 모두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해 향후 적기에 신사업으로 삼으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23년 스테이블코인 240억개를 발행하고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유통, 운용, 소각 등 전 과정을 경험해보는 실험을 운영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BNK부산·IBK기업은행 등 7개 은행은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에도 참가한 상태다. 이는 편의점과 배달앱 등에서 CBDC를 활용해 결제가 가능하게 한 테스트 사업이다.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여러 테스트들이 성과를 거두고 안정성이 입증되면 스테이블코인의 실물 경제 투입이 차차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자산 시장 확대와 활용 가능성에 따라 향후 기존 금융 방식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선 새로운 결제의 영역이 열리면서 이를 신사업에 뛰어드는 기회로 삼을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해외송금 시 수수료 등 비용 절감, 처리 시간 단축, 결제 안정성 등에서 실물 화폐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국채 매입 수요 확보나 원화의 국제적 매력도 제고 등 긍정적 효과와 연계한다면 새로운 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 금융권의 디지털 화폐 연구와 도입 관련 테스트는 초기 단계에 불과해 실제 상용화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가상자산엔 기본적으로 법안이 없는데다 디지털 화폐가 통화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 절차부터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시장에서 적용하려면 투자자 보호나 발행 관리 기준 등 큰 틀에서의 법제화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한은도 스테이블코인이 지급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통화정책 전파 경로 약화나 금융시장 불안정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단 예상에서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지급수단적 특성을 내재한 만큼, 광범위하게 발행·유통돼 법정통화를 대체하는 지급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통화정책,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 정책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어 별도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