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측정 가능한 GPR 장비로 싱크홀 해결 안 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4.26 09:00

현행 GPR 탐사로는 공동 감지 제한 있어…신기술도 한계 뚜렷
고성능 레이더 도입·전문가 양성 필요…공정 관리도 강화해야

싱크홀

▲23일 광주 북구 본총동 한 대형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북구청 공동주택과 직원들과 현장 관계자들이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사진 광주 북구

서울 강동구 명일동 등 전국 공사현장에서 계속 발생하는 싱크홀 사고를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지하 2m 가량을 측정 가능한 지표투과레이더(GPR) 장비를 위주로 대책을 짜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4∼5m까지 살펴볼 수 있는 고기능 GPR 장비를 도입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정 관리 강화 등 근본적인 부분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와 서울시는 빈번한 싱크홀 발생을 막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GPR 장비를 이용해 지반 탐사 강화 및 노후 상·하수도 점검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는 최근 대형 굴착 공사장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실시하고 고위험 구간 GPR 지반 탐사 주기를 5년에 1회에서 1년에 2회로 강화했다. 서울시도 23일 차량형 GPR 장비를 추가로 3대 도입하고 도로의 조사범위를 현행 30%에서 60%로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GPR은 지표에서 전자파를 쏴 지하 공동의 유무를 확인하는 장비다. 이동성이 좋아 지하수 및 토사 유출로 인한 위험 탐지에 효과적인 것이 특장점이다. 단, 최근 진행되고 있는 지하철 터널 공사는 깊은 지하에서 이뤄지는만큼 2m까지밖에 측정할 수 없는 현행 GPR 장비로는 싱크홀 발생 위험을 전부 잡아낼 수 없다. GPR로 측정 가능한 2m대로 싱크홀이 올라오면 이미 확인 가능한 전조현상이 시작된 수준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싱크홀은 지표면 근처 4m 정도로 올라올 때까지 전조현상이 없어 2m 측정 가능한 장비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넌센스"라며 “4~5m만 측정할 수 있으면 동공 유무를 알 수 있으니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급 레이더 장비를 활용해 측정해야한다"고 말했다.


GPR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레이더를 저주파로 보내는 안테나다. 서울시 등에서 싱크홀 측정을 위해 사용하는 장비는 500MHz 수준이지만, 5~7m 이상의 깊이를 탐사하려면 미국이나 일본처럼 300MHz, 150MHz, 50MHz 같은 저주파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활용하는 차량형 장비 가격은 대당 4억~7억원대지만, 50MHz 등 저주파 장비는 약 20억원의 가격을 호가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사용 중인 GPR 장비는 노후 장비가 아니다"라며 “일반적인 GPR 장비는 레이더를 저주파로 보내는데 이 때 깊이 들어갈수록 주파수 문제로 해상도가 떨어진다"고 해명했다.


다만, 해상도가 떨어지니 전문가 양성이 더욱 시급하다. 조 교수는 “국토부나 서울시 같은 기관에서 지원해 업체가 국가 재정으로 고급 장비를 구매하고, 해상도가 떨어져도 싱크홀을 감지할 수 있도록 희미한 이미지도 해석할 수 있는 전문 기술력을 꾸준히 양성할 수 있게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땅속에 관측 센서를 설치해 지하 약 20m 깊이 지층 변동을 살필 수 있는 '지반침하 관측망'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땅을 일일히 파서 묻어야 해 설치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데다, 설치 이후에도 규모가 큰 변동만 감지 가능하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장석환 대진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규모가 큰 싱크홀은 주변 영향에 의해 계측기에 잡힐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을 경우 몇 미터만 떨어져있어도 계측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많지 않다"며 “도로 공사 전 구간에 설치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주요 간선도로와 노후화된 지역 중심으로 설치해야하는데, 이보다는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평가해 지역별로 싱크홀이나 지반침하 위험도를 확실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싱크홀 방지를 위해 기술을 활용한 탐지 뿐 아닌 지하수 실시간 확인 및 배출 대책을 마련하고 감리원을 현장에 파견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공사에서 감독이나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땅을 다지는 공정 과정에서 규제가 실제로 적용되는 경우가 5% 미만으로, 공정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유승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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