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 압수수색
고금리 차입금 이자부담 줄이기 발목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에게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고금리 차입금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려아연의 차환 발행 작업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서로 합의 없이 경영권 분쟁이 지속된다면 사법 리스크로 양 측의 타격이 발생할 뿐 아니라 고려아연의 재무 리스크도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분쟁 당사자 극한대립 결과 사법 리스크 본격화
27일 재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고려아연 사무실 6곳과 경영진 주거지 5곳 등을 포함해 MBK파트너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고려아연 측은 피의자, MBK파트너스는 참고인 신분이며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유상증자를 주관한 증권사로 압수수색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10월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 이후 일주일 만에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는지를 수사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조사를 진행했던 금융감독원이 지난 1월 검찰에 사건을 넘긴 지 3달여 만이다.
검찰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 매수가 끝나기 전에 유상증자를 계획했으나, 주가와 기업가치 변동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증권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발표 이전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는지 등을 검토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번 수사가 유상증자뿐만 아니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나 정기 주주총회를 포함해, 8개월 가량 이어진 영풍·MBK파트너스와 최 회장 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사례가 있었는지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이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영풍 측 모두 상대편에 대한 대규모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최 회장 측은 유상증자 발표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MBK 측은 자사주 공개 매수 당시 시장 교란 행위를 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사법 리스크가 극대화되고 있다"며 “분쟁 당사자인 양 측이 공개 매수 과정 등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사법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차환 발행도 발목…고금리 차입금 2조원 남았다
문제는 경영권을 행사하는 최 회장과 최대주주인 MBK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고려아연의 재무 리스크 개선 작업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자사주 매입 시기 빌렸던 고금리 단기 차입금을 저금리 회사채로 차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압수수색 등으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공모채를 통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 고려아연은 이달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이자 부담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고려아연이 지난해 10월 차입한 사모채의 연간 이자율은 6.5%였던 반면 신규 발생한 공모채 이자율은 3.124~3.21% 수준이다. 이에 고려아연이 절감할 수 있는 이자는 연간 23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여전히 이자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고려아연이 지난해 10월 조달한 단기 차입금 규모는 2조7000억원에 달한다. 해당 차입금은 4~6%의 고금리로 파악된다. 이번에 7000억원을 차환했지만 여전히 2조원 규모의 고금리 차입금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단기 차입금이 고려아연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이자 비용으로 1180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10월에 차입해 이자 부담 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2023년 424억원에 비해서 이자 부담이 2.8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아울러 고려아연의 신사업 등에도 막대한 투자가 예정돼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신사업에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투자의 일환으로 고려아연은 이달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 맥킨타이어에 3751억원의 자금 대여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와중에 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차환 수단을 검토하고 있지만 사법 리스크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이라며 “이대로 사법·재무 리스크가 늘어가는 것은 관계자 모두가 공멸할 수 있기에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