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2021년 비은행 계열 1위였지만
지금은 KB손해보험 위상 ‘압도적’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 공격 경영
신한라이프, 카드·증권 대비 실적 우위
하나금융, 비은행 계열 증권 의존도 커
하나증권, 1분기 순이익 뒷걸음질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4대 금융지주가 1분기 총 5조원에 육박하는 호실적을 거둔 가운데 그 이면에는 전통 왕좌인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 효자인 보험사의 견조한 성장이 뒷받침 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증권사가 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의 '효자' 역할을 했지만, 최근 수년간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그 타이틀을 보험에 뺏긴 것이다. 여기에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공격적인 성장과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는 점도 비은행 계열사 입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조6973억원을 올렸는데, 이 중 비은행 기여도가 42%에 달했다. 전체 순이익의 약 42%를 증권, 손해보험, 카드 등이 벌여들인 셈이다. 계열사별 순이익을 보면 KB국민은행이 1조264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였고, KB손해보험(3135억원), KB증권(1799억원), KB국민카드(84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2021년만 해도 KB증권이 연간 순이익 5943억원을 올리며 KB국민카드(4189억원), 푸르덴셜생명(3362억원), KB손해보험(3018억원) 등을 제치고 비은행 계열사 1위 자리를 차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신한지주도 비은행 계열사 중 신한라이프의 존재감이 단연 우위였다. 신한금융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조4883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별로는 신한은행이 순이익 1조1281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신한라이프(1652억원), 신한카드(1357억원), 신한투자증권(1079억원) 순이었다. 이 중 신한라이프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신계약 감소로 보험손익은 줄었지만, 금리 하락으로 유가증권 평가손익이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은 올해 전략 슬로건을 '톱2를 걍한 전력 질주, 밸류업 투게더'로 정하고, 고객 편의성 제고, 영업 경쟁력 혁신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도 1분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42.5% 증가했지만, 지난해 13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룹 내 입지가 예전만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교롭게도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은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연루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당국은 2021년 11월 라임사태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 KB증권에 업무 일부 정지 6개월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금융지주 내 증권사들의 입지가 예전보다 축소된 배경에는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 금융사고가 발생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사진은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KB금융, 신한지주와 달리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증권을 압도할 만한 비은행 계열사가 부재한 점이 뼈아프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순이익 1조12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늘었다. 다만 하나은행(9929억원·17.8%↑)을 제외하고는 하나증권(753억원), 하나카드(546억원), 하나캐피탈(315억원) 등 대부분의 계열사들 실적이 부진했다. 2021년만 해도 하나증권이 연간 순이익 5066억원을 거두고, 하나카드(2505억원), 하나캐피탈(2720억원) 등도 제 역할을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로 인해 하나금융의 비은행부문 기여도는 2021년 32.9%에서 올해 1분기 16.3%로 떨어졌다. 하나증권의 턴어라운드가 곧 하나금융의 비은행부문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2% 줄어든 753억원에 그쳐 올해 수익 개선에 필사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동식 하나증권 상무(CFO·최고재무책임자)는 “2023년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 5분기 연속 상당한 이익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1분기 선제적으로 금리에 대응해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에서 상당 부분의 실적이 나왔기 때문에 이 기조를 이어간다면 (내부에서) 예상하고 있는 목표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준과 당기순이익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 비은행부분 기여도.
금융지주 내 증권사들의 입지가 예전보다 축소된 배경에는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 금융사고가 발생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증권업의 속성을 살린 '공격투자'에 방점을 뒀다면, 최근 들어서는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 '리스크 관리'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앞으로 금리 하락기가 지속되면서 금융그룹 내 증권, 보험 계열사들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금융그룹 내 가장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계열사이지만, 최근에는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라는 위기의식이 강해졌다"며 “성장을 조금 늦추더라도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계열사별 순이익 규모는 차치하고서라도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이익의 안정성을 높인다"며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의 수익성은 하락하는 반면 증권, 보험사들은 수익이 개선될 수 있어 비은행 계열사들의 자산 규모나 성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