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승계용 한편, 재무건전화 목적
방산 특성상의 ‘유동성 악화’ 때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CI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조3000억 유상증자에 나서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이 3조원에 달하는 기업이 급작스레 유상증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표면적인 실적과 달리 유동성이 좋지 않은 방위산업의 특성 때문에 유증에 나섰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0일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를 받아 계획을 수정했다. 지난 8일 수정 공시한 내용을 보면,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줄였다. 나머지 1조3000억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소유한 한화에너지 등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메우기로 했다. 지난 21일에는 유상증자 일정을 '미정'으로 바꿨다.
업계에서는 제3자 배정 유증을 통해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을 위한 승계 작업이 진행된 것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장부상으로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동자산은 크게 늘었다. 그러나 현금성 자산은 부족하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유동자산은 22조8679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3조원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동 비율은 89.6%에 머물렀다. 1년 전보다 13.5% 포인트 높아졌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동 비율, 부채 비율
유동 비율은 현금 및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 자산을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 부채로 나눈 비율이다. 기업이 단기적으로 부채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지표다.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항목이다. 일반적으로 유동 비율이 200% 이상이면 이상적, 100% 이하면 부실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본다. 다만 업종별 특성 차이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동 비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유동 부채만 25조5161억원에 이르는 탓이다. 그중 절반 이상인 13조6479억원은 선수금이다. 선수금은 지난해 7조3322억원에서 1.8배 늘었다.
차입금 및 사채도 크게 늘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으로 부터 받은 단기차입금을 받아 차입금이 지난해 2조5380억원에서 올해 6조1177억원으로 2.4배 늘었다.
방산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업종 성격이 반영된 셈이다. 무기는 국가 간 거래가 대부분이라 현금 흐름은 그만큼 좋지 않다. 수주를 해도 계약금이나 중도금이 바로 들어오지 않고, 최종 납품을 해야 돈이 들어온다. 외상이 부쩍 늘어난 점도 방산업의 복잡한 현금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 채권은 지난해 말 8조6091억원으로 1년 만에 307.7% 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지난 8일 보도자료에서 유상증자 목적에 관해 설명하면서 “방산 영업 주체인 당사의 별도 기준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393%로 연말 기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운전자본 증가와 신규 수주 선수금 등 부채 증가 요인이 상존해 재무 안정성 저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