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 직격탄 맞은 대한항공…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그래도 흑자 자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01 20:01

미국 여객 노선 확대 계획…LA에 A380, 애틀랜타엔 747 재투입
“보잉 품질 문제, 장기적으론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으로 본다”
“통합 후 3~4년 내 보유기 150대 좌석·기내 인테리어 전면 개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1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신규 CI 런칭 매체 설명회에서 출입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1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신규 CI 런칭 매체 설명회에서 출입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이 지금 격랑 한복판에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상황이 쉽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투자와 파트너십으로 돌파해 여전히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일 조 회장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환태평양 노선과 유럽 노선의 여객 수요가 전년 대비 약 5% 감소했다"며 “눈에 띄진 않지만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요 감소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연간 5000만~1억달러 수준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처지이고 양쪽 모두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올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부적인 판단인데, 그 판단이 틀렸기를 바란다"며 “무역 전쟁이 곧 끝날 것이고 대한항공은 꾸준히 흑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유럽·태평양 운항편 감소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의 여행 회복으로 인한 경쟁 심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이 감편 중인 반면, 대한항공은 미국 노선을 오히려 확대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올 여름 서울(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에 A380, 애틀랜타 노선에는 보잉 747을 재투입한다"며 “6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예약률이 매우 높고, 수요가 줄었다고 바로 노선을 없앨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시기 '효자' 노릇을 했던 화물 사업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1분기에는 화물 수요가 상당히 높았고 실적도 좋았다"면서도 “그러나 미·중 무역 불확실성 탓에 2분기부터는 우려가 있어 상황을 주시하며 유럽·캐나다 등 대체 시장으로 재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한항공 사업의 약 40%가 화물에서 발생한다며 “관세가 한국·중국에 본격 적용되면 화물사업본부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한항공이 신규 기업 이미지(CI)를 적용한 787-10 여객기. 사진=박규빈 기자

▲대한항공이 신규 기업 이미지(CI)를 적용한 787-10 여객기. 사진=박규빈 기자

그는 CNN·CNBC 두 매체 인터뷰에서 최근 보잉과 체결한 초대형 항공기 구매 계약에 대해 설명했다. 해당 계약은 △777-9 20대 △787-10 20대 △787 드림라이너 10대 옵션 포함 총 50대 규모이며, 엔진은 GE에어로스페이스 제품을 탑재한다. 계약 규모는 약 320억달러(한화 약 43조원)로, 미국 백악관도 적극 환영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이 계약은 트럼프 2기 임기 전인 작년에 결정된 사안"이라며 “우리는 55년간 보잉 항공기를 사용해왔고,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보잉이 최근 품질 문제로 비판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단기적인 문제일 뿐,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CNBC와의 대화에서는 항공기 부족과 공급망 이슈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도 언급했다.


조 회장은 “우리는 현재 항공기 5~6대가 부족한 상태이고, 심지어 엔진이 없어 지상에 묶여 있는 항공기도 있다"며 “중국 항공사들이 반납한 보잉 여객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미 다른 항공사들이 줄 서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영 항공기 제조사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조 회장은 “항공기는 고객 신뢰를 얻기 전에는 운항에 투입할 수 없어 COMAC은 잠재력이 크지만 아직 고려하진 않았다“며 "이미 150대의 항공기를 발주한 상태로, 향후 10~15년간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국제 인증이 확보되고 저가 항공에 적합하다면 고려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본사 전경. 사진=박규빈 기자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본사 전경. 사진=박규빈 기자

유가 하락에 대해서는 “당장은 비용 측면에서 반갑지만, 경기 침체의 신호일 수도 있어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고 경계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에 대해 조 회장은 “5년 전 통합 결정을 내렸고, 드디어 마무리됐는데 현재는 본격 통합 작업 단계에 있다"며 “과밀한 아시아 항공 시장에서 두 회사를 하나로 묶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했다. 이서 “향후 대한항공은 싱가포르항공이나 카타르항공처럼 글로벌 고급 서비스 항공사로 진화할 것“이라며 "JFK·인천·LAX 라운지 개선, 기내식 업그레이드, 와이파이 도입, 좌석 리뉴얼 등 모든 프리미엄 전략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설파했다.


조 회장은 CNN에 전 세계적으로 항공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시기에 과감히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입장도 전했다.


그는 “통합 후 3~4년 내 보유기 150대에 대해 좌석과 기내 인테리어 전면 개편을 마칠 계획"이라며 “공급망 문제로 쉽진 않지만, 지금이 변화할 때"라고 했다. 아울러 “장기적인 안목으로 고객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고객이 신뢰하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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