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해저드’ 방지 위해 가입주기 단축·자기부담↑
반려동물 진료항목·진료비 표준화…보험료 낮춘다
전문보험사, 소액·단기 상품 앞세워 입지 확대 모색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의 질병명·진료행위명 등을 표준화한다.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개체수가 많아지고 수명도 길어지면서 펫보험 시장도 주목 받고 있다. 전문업체들도 '이륙'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아직 시장이 초기단계인 만큼 정부의 규제 변화에 대해 민감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이번달부터 재가입 주기를 1년으로 줄이고 자기부담률을 30%로 높인 펫보험 상품을 판매한다. 기존에는 재가입 주기가 3년 또는 5년이었고, 진료비용에 대한 보장 비율은 최대 100%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로 느껴질 수 있는 이유다. 치료 이력에 따라 보험 가입이 어려워지거나 보험료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설계사로서도 판매 수수료율 인하라는 유탄을 맞게 된다.
보험사들은 지금도 1~2% 수준에 머무르는 가입률 제고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집사'들이 보험료 부담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최소 자기부담금 3만원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이같은 조치를 단행한 것은 펫보험이 '실손보험 시즌2'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수의사의 과잉진료 뿐 아니라 보험 가입 반려동물과 비슷한 다른 개체로 진료 받고 보험금을 받는 일명 '동물 바꿔치기' 등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탓이다.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를 비롯한 비급여 항목의 '폭등'을 겪은 1세대 실손보험은 새롭게 나오는 5세대와 비교하면 보험료가 연간 수십만원 높다. 펫보험에서는 보험료·손해율 통제로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당국과 업계의 또다른 고민거리였던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는 다른 부처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의 진병명·진료행위명 등을 표준화(코드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동물 진료의 권장 표준' 고시를 개정했다.
이번 개정으로 고혈압과 결막염을 비롯한 질병 3511종과 초진·입원·예방접종 등 진료행위 4930종의 명칭 및 코드가 표준화됐다. 농식품부는 △반려동물 질병 맞춤형 보험상품 개발 △보험금 지급심사 절차 간소화 △동물병원간 진료비 편차 완화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업계에서는 천차만별인 진료비와 진료항목 때문에 양질의 데이터 확보 및 손해율 산정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향후에는 상품 설계가 쉬워지고, 보험료 인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펫보험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이유로 불리던 소액·단기 상품 존재감 부족도 완화될 전망이다.
당국은 펫보험 전문업체 진입도 유도하고 있다. 삼성화재 등이 투자한 마이브라운은 최근 소액단기전문보험사 본허가를 신청했고, 올해 안으로 영업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스타트업 파우치도 시리즈 A라운드를 포함해 69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 반려동물 전문 보험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DB손해보험이 인공지능(AI)기반 반려동물 홈케어 솔루션 '라이펫'을 운영하는 십일리터와 손잡고 '라이펫 펫보험' 상품을 선보이는 등 기존 기업들의 수성능력도 강화되고 있다. 십일리터는 슬개골 탄구, 백내장을 비롯한 진행성 질환 가능성을 3초 안에 분석하는 비전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DB손보는 수의사가 만든 반려동물 전용 헬스케어 플랫폼 '온힐'과 동물병원 연계 부가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등 펫보험 역량을 끌어올리는 중으로, 올해 초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6개월 배타적 사용권도 획득한 바 있다.
KB손해보험도 반려동물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코코스퀘어와 '임베디드 보험'을 만들고 있다. KB손보가 다이렉트 펫보험 상품을 코코스퀘어에 제공하고, 코코스퀘어는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반려인 상해·질병으로 인한 입원 기간 동안 반려동물 위탁비용 보장을 부가 혜택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계약과 원수보험료 증가 등 시장의 성장에는 변함이 없고, 리스크도 줄어든 측면도 있다"며 “변화되는 환경과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을 개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