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체코원전 본계약 지연, 프랑스 EDF 속내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07 08:14

계약 하루 전 프랑스 EDF 소송으로 돌연 중단…체코 정부 ‘무기한 연기’ 결정
팀코리아, 체코까지 갔다가 날벼락…체코·한국 측 모두 사전 파악 못한 듯
EDF, 한국 원전 ‘견제성 소송’ 의혹…체코 측 “기각 시 EDF에 손해배상 청구”
한국 6월 조기 대선, 체코 10월 총선 일정…연내 본계약 체결 어려울 수도
“웨스팅하우스는 가격과 공기 명시 안하고, EDF는 조건 지나치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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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신규 원전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전경.

한국의 '팀코리아'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체코 원전 수출이 최종 계약 하루 전날, 프랑스 원전 기업 EDF의 돌발 소송으로 무산되며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포함한 대표단은 계약 확정을 위해 현지에 총출동했으나, 끝내 빈손으로 귀국하게 됐다.




원전업계에서는 당황스럽지만 결국 최종 계약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 원전 입찰서류가 공개되면 오히려 한국 원전의 경쟁력이 입증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EDF, '막판 뒤집기' 소송 제기…체코 법원, 가처분 명령

이번 사태의 핵심은 체코 원전 수주를 두고 우리와 경쟁했던 프랑스의 국영 전력회사 EDF가 지난 3일 체코 현지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EDF는 체코 원전 발주사인 Elektrárna Dukovany II(EDU II)의 입찰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브루노 지방법원은 “본안 판결 전까지 계약 서명을 보류하라"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체코 측은 당초 7일 한수원과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앞서 EDF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제기했던 반독점법 위반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고, 상고 시 거액의 공탁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추가 소송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막판에 새로운 소송을 통해 입찰 절차 자체를 문제 삼으며 판을 흔들었다.




EDF, 왜 소송 걸었나…한국 원전 수출 '견제성 소송' 의혹

EDU II “소송 근거 없다…기각 시 프랑스에 손해배상 청구 예정"

업계에서는 EDF가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 대한 추측이 무성하게 제기되고 있다.


EDF는 표면적으로는 입찰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모양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을 '견제성 소송'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DF는 앞서 이 사업과 관련해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한 바 있다. 이번 행정소송 역시 법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소송 제기 시점이 계약 직전이라는 점에서, EDF가 계약 체결을 지연시키고 불확실성을 유도해 경쟁자인 한국 측을 흔들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EDF는 사실상 경쟁에서 밀린 상황에서 마지막 카드로 소송을 택한 것"이라며 “이번 소송이 실질적으로 계약을 무효화하기보다는 일정을 늦추고 차기 정부로 이슈를 넘기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체코 발주처 EDU II는 곧바로 입장을 내고, “EDF의 이번 소송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소송이 기각될 경우 EDF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혀 양측 간 법적 갈등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업계 “기분은 나쁘지만 유리한 입장…국제경쟁력 부각 계기 될 수도"

국내 원전 업계는 이번 사태를 두고 “기분은 상하지만 결국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의 피고는 한수원이 아닌 체코 정부이며, 본안 심리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이번 기회에 만약 WH(웨스팅하우스), EDF, 한수원의 입찰서류가 공개된다면, 한수원 원전의 경쟁력이 세계적으로 입증될 것"이라며, “WH는 가격과 공사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고, EDF는 조건이 지나치게 많아 실질적인 비교가 어려운 반면, 한수원의 제안은 구체적이고 투명했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로 넘어가는 계약…연내 체결도 불투명

이번 계약은 자칫 연내 체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체코 법원의 판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이 진행되고, 체코에서는 오는 10월 총선이 예정돼 있어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국내에서는 원전 수출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차기 정부 집권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체코 원전 프로젝트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추진해온 전략사업인 만큼, 정권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내에서도 본 사업이 국가적 차원의 핵심 수출 과제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며, “정부 차원의 외교적·행정적 대응이 신속히 이뤄진다면 조속한 계약 체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향후 법적 대응과 외교 채널을 통해 상황을 정리하고, 체코 측과 긴밀히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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