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탐사전문매체 퍼블리코, 본지와 의견 교환
“체코도 문제지만, 한국도 미리 파악했었어야”
웨스팅과 지재권 타결 명확히 설명 안된게 문제된 듯
미국의 한-체 계약 공개지지 및 기술협력 확인 조치 필요

한수원 등 팀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본계약이 프랑스 EDF의 소송으로 막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체코 현지 언론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의문과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기술 협력의 불확실성이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며, 한미 간 대응이 향후 계약 성사의 결정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 언론 “한국 측, 법적 변수 예측했어야"
8일 본지와 체코 탐사보도 매체 퍼블리코(Publico.cz)는 체코원전 수주 본계약 체결을 하루 앞두고 발생한 체코 법원의 본계약 체결 금지 가처분 인용 판결 건에 대한 정보와 원인에 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앞서 지난 6일 체코 브루노 지방법원은 프랑스 EDF사가 제기한 본안 소송에 앞서 본안 판결 전까지 본계약 서명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한국에서는 7일 본계약 체결을 위해 산업부, 국토부 장관과 국회 산자위원장 등 100여명의 정부·국회 고위급인사로 구성된 대표단이 체코로 향했지만, 현지에 도착해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퍼블리코 측은 본지에 “체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이토록 충격을 준 것이 의문"이라며, “한국 측도 이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체코 법원의 판결을 미리 예상하지 못한 체코 정부가 가장 큰 잘못이지만, 한국 정부도 이런 가능성을 예상했었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퍼블리코 측은 특히 “체코 시각에서 보면 이번 사태의 본질은 웨스팅하우스 기술과 관련된 원자로 인허가 문제가 한국 측으로부터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이는 단순한 계약 연기가 아니라 입찰과정에 대한 전략적 문제 제기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절차적 낙관론'도 비판…한미 협력 불확실성이 타깃, 외교채널은 침묵
체코의 다른 매체도 한국 정부가 이번 계약에 대해 지나치게 절차적 낙관론을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술 협력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 체결을 밀어부치려 한 것이 프랑스 EDF의 소송 빌미가 됐다는 것이다.
국내 원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은 결국 한국과 미국 간 원전 기술사용 허가 및 수출통제 문제의 명확성에 달려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지식재산권 협약이나 수출 허가 절차가 투명하게 정리돼 체코 법원에 충분히 설명된다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내부에서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의 독자 수출을 견제하거나, 미 정부 또는 의회가 기술통제 문제를 제기할 경우 한국 측의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 혹은 웨스팅하우스가 이번 한국과 체코 간 계약에 대해 공개적 지지를 밝히고, 기술 수출 문제가 없다고 명확히 확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번 체코원전 본계약 보류 사태는 한국 원전 산업의 경쟁력과 외교·동맹 간 신뢰가 맞물리는 국제 전략 사업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단순한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한미 간의 정책적 공조와 국제법적 정합성 확보가 계약 성사의 핵심 조건으로 부상한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앞으로 한수원-웨스팅하우스 간 협약 정비와 함께, 미국 측의 정치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산업 양면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한 체코대사관과 주체코 한국대사관에 사전에 상황을 파악했는지 질의했지만 모두 함구했다. 담당 상무관이 누구인지조차 밝히기를 거부해, 현지 외교라인이 사태 초기 대응에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