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에너지와 AI/로봇은 상호 대체관계? 아니면 보완관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11 10:30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미국발 트럼프 정부의 관세(tariff) 폭탄선언들이 이어지면서 제조업의 기계화 및 자동화 투자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미국에 제조공장을 짓기로 한 기업들은 미국의 높은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크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AI 및 로봇으로 대표되는 첨단 자동화 설비를 들여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들 역시 높아진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높아진 인건비 및 원자재 비용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하여 너나 할 것 없이 기계화 및 자동화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기계화(mechanization) 및 자동화(automation)는 일부 내용이 다르지만 둘 다 제조 공정에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제조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목표에서 진행된 변화이다. 또한 기계화 및 자동화는 제2차 및 제3차산업혁명의 중심 기술(core technology)이기도 하다. 제2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특징이 기계를 사용한 대량생산과 소비의 등장이며, 제3차산업혁명의 기반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있음을 생각해 보면 둘 간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계화 및 자동화 투자는, 경제학 이론을 빌려 이야기하면, 자본의 투자를 늘려서 노동의 투입을 줄이는 형태, 즉, 자본의 투입을 통해 노동을 대체(代替)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기계화가 한창이던 제2차 산업혁명 시절 선진국에서 노동조합들이 대거 결성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한편, 그렇지 않은 경우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20세기 말부터 일어난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이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에서 엄청난 양의 자본 투자가 진행되었다.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반도체 제조업이 되겠다. 그러나 이때는 오히려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면서 신규 노동 수요를 증가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다. 우리가 지금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통신, 검색엔진, 게임, 온라인 거래 관련 산업들이 바로 그들이다. 즉, 경우별로 자본의 투입이 노동과 보완(補完)적인 관계를 나타내기도 하는 것이다.




이들 기계화와 자동화에 대한 투자가 최근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다시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나타나는 양상은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본 유입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제조업 부문의 규모가 축소되는 경향이 관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주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낮아진 상태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에너지는 어떨까? 전통적으로 자본이 추가로 투입되어 기계화 및 자동화가 진행되면 에너지사용량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에너지와 자본이 보완적인 관계를 보여온 것이다. 이는 에너지가 주로 제조업에 사용된다는 이유도 있지만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도 발전소와 같은 기계와 시설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최근 AI의 발달로 인하여 전력 사용량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도되는 것 역시 이와 비슷한 이유라고 보겠다. 로봇의 사용 증가 역시 비슷한 결과를 보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저감 활동을 위한 자본투자의 경우, 석탄 등의 화석연료 사용량은 자본투자와 대체 관계에 있음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에너지전환 및 에너지절약 투자의 효과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최근 자본 투자가 전통적인 제조업의 축소로 나타나고 있음은 에너지사용량의 감소를 의미하며, 향후 4차산업혁명의 진행으로 인해 새로이 나타날 산업들이 과연 제조업만큼 에너지를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크게 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제4차산업혁명에 맞추어 산업은 물론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산업은 아직도 제3차산업혁명 시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거대한 적자로 인하여 연구개발을 비롯한 신규 투자가 위축되어 있으며 정부의 간섭과 규제도 여전히 강하다. 그 덕분에 지난 21세기 25년 동안 국내 에너지기업의 국제적 경쟁력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기회를 십분 활용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투자 및 혁신정책을 도입하여야 하겠다. 선진국 에너지산업이 이미 활발히 인공지능을 적용한 신규 서비스를 창출하고 무인 로봇을 활용한 원가절감 투자를 진행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산업 혁신 측면에서도 할 일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자동화 투자의 물결에 국내 에너지산업이 또다시 뒤처지지 않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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