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7월 생보사 자회사 편입 완료
우리투자증권도 영업 강화 속도
지주사 순이익 3위 자리도 가능
하나금융, CET1 비율 관리-주주환원 방점
M&A보단 본업 경쟁력 강화 중점
그룹의 유일한 희망은 ‘하나증권’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 ABL생명을 인수하는 가운데 하나금융지주가 금융지주 순이익 3위 자리를 온전히 수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금융지주가 오는 7월 생보사를 자회사로 편입 완료하고, 추후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본격화하면 하나금융지주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다만 하나금융지주는 인수합병(M&A)처럼 과도하게 자본을 투입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나금융그룹 내부적으로 유상증자를 통해 비즈니스 규모를 키울만한 자회사가 없는데다, 우량한 기업이 매물로 나오지 않는 한 비은행 강화를 위해 무리하게 M&A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금융지주 순이익 3위' 가시화된 우리금융지주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별 연간 순이익을 보면 KB금융지주(5조782억원), 신한금융지주(4조5175억원), 하나금융지주(3조7388억원), 우리금융지주(3조860억원) 순이다.
이 중 우리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조건부 승인에 따라 오는 7월 동양생명(지분 75.34%), ABL생명(100%)을 자회사로 편입 완료할 계획이다. 지분율을 고려한 동양생명, ABL생명의 합산 순이익은 작년 기준 3385억원으로, 우리금융지주 지배 순익의 11%에 해당한다. 여기에 우리금융지주가 두 생보사를 자회사로 편입 완료하고, 인수 후 통합(PMI)을 거쳐 계열사 간 시너지를 본격화할 경우 금융지주사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작년 하반기 우리종합금융, 포스증권 간에 합병으로 출범한 우리투자증권도 기업금융·투자은행(CIB) 부문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간 금융지주 순이익 3위를 유지하고 있던 하나금융지주가 갑자기 우리금융에 쫓기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지주는 물밑에서 M&A를 추진했지만 실제 인수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그나마 믿을 만한 비은행 계열사는 하나증권이 유일하다. 이는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현재 하나금융지주 시너지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금융은 2021년 하나증권(순이익 5066억원)의 활약 덕에 전체 순이익 가운데 비은행부문 비중을 33%대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하나증권이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지난해 연간 비은행 기여도는 15.7%에 그친다.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사옥의 모습.
하나금융, 비은행 강화 안갯속...'본업 경쟁력' 고수
하나금융은 우리금융과 달리 M&A 보다는 비은행 관계사가 갖고 있는 본업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비은행 강화를 위해 자본을 투입할 경우 위험가중자산(RWA)가 늘어 주주환원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관리하는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하나자산운용, 하나대체자산운용을 합병하고, 이를 하나금융지주 100% 자회사로 승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는 CET1 비율을 지키면서도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 뒷받침됐다. 실제 하나금융은 올해 연간 배당총액을 1조원으로 고정하고, 분기별 균등배당을 시행할 정도로 주주환원에 진심이다. 금융사가 주주환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이 필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하나금융도 다양한 방법으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시장 안팎에서는 하나금융이 당장 비은행을 끌어올릴 만한 뚜렷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덩치를 키울만한 자회사가 없다는 점이 난제다. 하나증권은 과거 그룹의 유상증자 덕에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을 6조원까지 끌어올렸다. 발행어음(4조원)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을 월등히 뛰어넘은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등 자회사들이 영위하는 사업들은 그룹 차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영역을 키울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며 “반면 하나자산운용의 자회사 편입은 상품 경쟁력이나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A 신중해야" 옹호론 속...하나증권 부담감 가중

▲하나금융그룹 연간 비은행부분 기여도 추이.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금융사들의 펀더멘털이 취약한 점을 고려할 때 M&A가 꼭 정답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가 금융지주사로 편입돼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까지는 최소 4~5년은 봐야 한다"며 “아무리 외관이 멀쩡해도 실제 자회사로 편입한 후 다시 내부를 들여다보면 내부통제, 경영 투명성, 수익 구조 등이 실사 때와 다른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시중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고, 외부 충격에 취약했기 때문에 지주사 입장에서 다른 업종을 인수하는 것이 필요했다"며 “그러나 현재는 시중은행들이 외부 충격에 영향을 덜 받을 정도로 탄탄해졌고, 괜히 엄한 곳을 인수했다가는 그룹 차원의 위기로 번질 수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현재 하나금융이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하나증권의 실적 회복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증권은 올해 1분기 순이익 7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 감소했는데, 이를 어떻게 개선할지가 관건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3분기 중 종합투자계좌(IMA), 발행어음 신청을 받아 연내 지정할 계획인데, 하나증권도 발행어음 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계열 생보사, 증권사가 추후 영업을 활성화하면 순이익도 더욱 개선될 것"이라며 “이를 바라보는 하나금융도 어떻게든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싶은 의향이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